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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돔 이재민' 2만5000명 휴스턴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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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죄수들도 대피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지난달 31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교도소가 물에 잠기게 되자 7000여 명의 수감자들이 집단대피에 나섰다. 수감자들이 침수지역의 한 고속도로에 모여 이송되길 기다리고 있다. [뉴올리언스 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사망자가 수천 명에 달해 9.11 테러를 넘어서는 참극이 되리라는 우려도 나왔다.

◆ 이재민들 휴스턴으로 탈출=뉴올리언스 수퍼돔에 나흘간 수용돼 있던 이재민 2만5000여 명은 지난달 31일 연방정부가 제공한 버스 500대를 타고 550km 떨어진 텍사스주 휴스턴 애스트로돔 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퍼돔은 정전된 상황에서 오물과 땀 냄새가 진동해 이재민들이 한시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일부 이재민들은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휴스턴행을 거부하기도 했다.

애스트로돔 측은 담요 2만5000장을 준비했으며 12월까지 이재민 수용 계획을 마련했다.

◆ 약탈행위 점입가경=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지난달 31일 "경찰은 인명구조를 못해도 좋으니 범법자들을 반드시 검거하라"고 말했다. 치안 공백을 틈탄 상가 약탈이 도를 넘어서자 홧김에 한 소리였다.

약탈자들은 경찰이 뻔히 보는데도 상점 문을 부수고 물건을 강탈해 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CNN은 "시내 중심가인 카날 거리에선 경찰이 시민들에게 발에 맞는 신발만 들고 나오게 허락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미시시피주의 빌록시에서는 사람들이 카지노의 슬롯머신에서 동전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월마트의 총기판매대에 있던 총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 구조활동 차질로 민심'들썩'=마이클 브라운 연방 비상관리청(FEMA)장은 지난달 31일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정전과 도로 침수에 따른 교통 두절로 구조활동이 늦어지면서 정부를 원망하는 이재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었다.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는 구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날 연방 정부에 병력 1만 명 추가 투입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플로리다 주에 위생경보를 발령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 하루 150만 배럴을 생산하는 멕시코만의 생산시설 중 90% 이상이 카트리나로 인해 폐쇄됐기 때문이다.

◆ 복구비 천문학적 액수될 듯=9.11 테러 당시 연방비상관리청장을 지낸 조 올보는 이번 피해 복구비용이 3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약 3000명이 숨진 9.11 테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동남부를 네 차례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136억 달러의 구호자금이 들어갔다. 미 정부는 FEMA가 보유한 비상기금 24억 달러를 일단 투입하고, 추가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카트리나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동남아 11개국을 강타, 18만 명의 희생자를 낸 쓰나미로 지급된 보험금은 100억 달러 정도였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뉴올리언스 피해 키운 '사발 효과'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본 지역 중 뉴올리언스시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도시의 거의 대부분(80%)이 물에 잠겼다.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생기는 '사발 효과(bowl effect)' 탓이다(그림 참조). 사발은 물이 완전히 찰 때까지 계속 유입된다. 같은 이치로 둑이 무너져 도시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면 인근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에서 물이 쉬지 않고 들어오는 것이다. 카트리나가 완전히 지나간 지난달 31일에도 무너진 둑 동쪽을 통해 도심으로 물이 유입됐다. 일부 지역은 물 깊이가 6m에 달했다. 당국은 헬리콥터로 모래와 자갈이 담긴 주머니를 나르고 조립식 콘크리트벽을 설치하는 등 물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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