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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훈 박사의 건강 비타민] 위암 1기 환자 비율, 한국 66%·일본 75% … 조기검진 더 확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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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중국·일본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위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2011년 위암은 한국 남성의 암 발생률 1위, 여성의 암 발생률 4위다. 중국(2010)은 남성 2위, 여성 4위이고 일본(2012)은 남성 1위, 여성 3위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 ‘글로보캔(GLOBOCAN) 2012’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위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95만여 명. 이 중 한국 3만1000여 명, 중국 40만4000여 명, 일본 10만7000여 명으로 세 나라가 전 세계 위암 환자의 약 60%를 차지한다. 동북아 3국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로 인종(유전자)·식습관·고령화 등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 딱 부러질 만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한국 연세암병원, 중국 베이징대 암센터, 일본 국립암센터의 위암 환자 병기(病期)별 현황을 보면 일본은 초기 암인 1기 비율이 전체의 75.1%에 이를 정도로 높다. 중국은 1기 비율이 22.1%인 데 반해 3기가 38.5%, 4기가 15.4%다. 한국은 1988년 32.6%에서 2010년 66%로 올라갔다. 한국은 1기 발견율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어 조기검진을 더 확대해야 한다.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도 1930~40년대까지만 해도 위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았지만 냉장고 보급, 식생활과 영양 개선 등으로 지금은 크게 줄었다. 일본은 거의 줄지 않자 60년대 북동부의 미야기(宮城)현에서 위암 조기검진 사업을 시작했고 83년 전국 40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했다. 처음에는 방사선 검사 때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볼 수 있게 조영제(바륨)를 마시고 X선 기계로 위를 찍는 위조영술 검사를 시행했고 그 이후 내시경 검사를 추가했다.

 한국도 국가에서 주도하는 5대 암 검진 사업, 직장 건강검진 등에 힘입어 암 조기 발견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중국은 산둥성·랴오닝성 등에서 부분적으로 위암 조기검진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 단위로 위암 검진 사업을 확대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검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일본은 조기 위암 비율이 높고 2기 이상의 진행성 위암 환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위암에 대한 연구나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진행성 암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위암 임상 연구와 치료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앞섰지만 지금은 개복(開腹) 수술을 비롯, 최첨단 수술(로봇수술 등)에서 한국이 앞서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조기 위암의 빈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3, 4기 위암도 많아 진행성 위암에 대한 치료와 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아직 조기 위암의 진단 비율이 낮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경제성장 등에 힘입어 위암 조기검진 사업과 진행 위암의 최신 치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의 위암 검진 사업, 진행성 위암 치료 경험과 지식을 중국과 공유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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