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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황 감독님 꾸지람 그리워" 염혜선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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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 황현주 감독(左), 염혜선(右)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이라도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난 4일 황현주 선명여고 배구부 총감독은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심근경색 증세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상과 하직했다. 지난 3월까지 황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현대건설 선수들의 충격은 컸다. 특히 황 감독에게 가장 많은 꾸지람을 받았던 염혜선(23)에게는 황 감독의 비보가 마음 한 구석의 상처로 남았다.

 16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 연습장에서 만난 세터 염혜선은 황 감독 얘기가 나오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 컵대회에서 우승한 뒤 감독님이 연락하셨고, 정규시즌 개막 후 첫 경기에서 이겼을 때도 전화가 왔어요”라며 “감독님이 ‘힘내, 자식아’라고 하셨는데 그저 대답만 하다 통화가 끝났거든요.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염혜선은 목포여상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된 유망주였다. 2008-2009 시즌 전체 1순위로 입단해 신인왕까지 받았다. 하지만 세터 출신인 황 감독의 눈에 비친 염혜선은 여전히 자신감과 독기가 부족해 보였다. 황 감독은 그럴 때마다 “ 운동을 그만두라”거나 “정신 차리라”는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당시엔 야속했지만 염혜선은 이제야 스승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했다. 염혜선은 황 감독이 떠난 뒤 첫 경기인 8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황 감독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나선 현대건설 선수들은 IBK기업은행을 3-0으로 물리치고 스승의 영전에 승리를 바쳤다.

 지난해 6개 팀 중 5위였던 현대건설은 올 시즌 9승3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 득점 1위 폴리와 베테랑 김세영(33)·한유미(32)가 가세한 덕분이다. 그렇지만 염혜선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4년 연속 세트(공을 올려 공격이 성공한 비율) 부문 1위였던 그는 올해는 4위에 머물러 있지만 승부처에서 배짱 있는 토스를 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의 올 시즌 마지막 세트(5세트) 승률(4승1패)이 그 증거다. 염혜선은 “양철호 감독님이 어린 나에게 주장을 맡겼어요. 지난해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장이 된 뒤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욕을 제일 먼저 먹지만 사장님과 직접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 아닐까요”라고 웃었다.

  염혜선은 “내가 빛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우리 팀은 국내 선수도 좋잖아요. (세터인 제가) 어느 때 어떤 선수를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죠 ”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염혜선은 “우승 한 지도 오래 됐고, 팀이 점점 추락해서 힘들었어요. 올해는 개인 목표를 모두 내려놓고 우승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2-25, 21-25, 25-19, 26-24, 15-13) 역전승을 거두고 1위(9승5패·승점25)로 올라섰다.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3-1(27-25, 27-25, 21-25, 25-19)로 누르고 4위(8승8패·승점26)로 올라섰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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