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식 낙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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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떤 예측이나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해서 이상 할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비관적인 것보다 훨씬 다행스런 일이다.
한 걸음 나아가서 사실이 어렵더라도 잘된다고 믿어야 잘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용기와 활력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제관계 연구소인 KDI(한국개발 연구원)가 23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 전망은 사뭇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정부 전망보다도 훨씬 낙관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게 한다. 몇 가지 수치를 비교해봐도 정부는 성장률을 7·5%로 봤는데 KDI는 7·7%, 소비자 물가도 정부는 6%, KDl는 4·6%로 낙관한 것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특히 시중에서 논란이 되어온 금리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옳은 것임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풍성 풍성하게 풀어온 통화도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으며 소비와 투자도 정부의 예상치 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성장·물가·국제수지 각 부문에서 내년도 경제는 별 문제가 없음을 누누이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적인 면은 외면한 채 낙관적인 면만 보고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도 아닌 연구기관에서 말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보호 무역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면서도 내년도 경기를 수출이 주도할 것이라든지, 3O%의 총 통화 증가율을 20%까지 낮춰야 한다 면서도 통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별개 아니라든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계경기만 해도 낙관론 쪽의 데이터를 선택해서 컴퓨터를 돌렸으니 낙관적인 결론이 나올 수밖에.
문제는 낙관적인 결론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낙관적인 태도는 그래도 접어줄 수 있는 일이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의지가 이렇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기관이 정보다도 한술 더 떠 일방통행 식의 낙관론을 전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오히려 정부가 보길 꺼리는 어두운 면을 일깨워주고 객관적인 정책 방향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연구기간의 진짜 기능일 텐데 말이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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