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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본 숯불다리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짧아지는 뱃살에 분주한 마음으로 풀먹인 홑이불을 다듬은후 전기다리미를 코드에 꽂고 좌우로 돌려도 다사로운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집올 때 가져왔으니 오래는 되었지만 몇 번 쓰지않은 다리미는 종래 소식이 없다.
거친대로 끼울 수도 없고 다리미로 한번쯤 쓸어주어야 고울텐데 다른방법이 없어 망설이던 나는 무릎을 칠듯한 생각이 잡혔다. 전에 살던이가 버리고간 둥근 구식손다리미다.
잰걸음으로 숯을 찾아 불을 펴올리고 부채로 부치니 다리미안에는 꽃송이같은 불덩이가 환하지않는가.
나는 큰아이릍 불려놓고 옛날 어머니가 된 느낌으로 아이에게 힘껏 당기어줄 것을 가르친다. 손으로 안되어 발가락으로 밟아 보였지만 6살박이의 힘은 미쳐주지를 못한다. 쉽지가 않은 옛날어머니 자세다. 다리미가 닿으면 아이의 손에서 빨래가 떨어지기를 몇번, 손안에 땀이 밴다.
아이는 신기한듯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않는다. 홑이불은 결국 물기만 마르고 잔주름만 퍼졌지만 손질을 많이한 탓에 그런대로 마무리 지은후 다리미질이 필요치않은 옷가지를 아이가 보는앞에서 다림질해 보여준다.
홑이불은 거친 작품이 되었지만 나는 아이에게 좋은 생활의 지혜를 보여준 기쁨으로 어려운줄 몰랐다.
우리집에는 가전제품이 몇 안된다. 아이 아빠가 퇴근하여 돌아오면 아이는 으례 이불속에 묻어둔 식기를 가져오고 우유 생각이 나면 물통으로 달려간다.
변하는 세상에 우스운 생활이지만 왠지 이방법을 되는한 바꾸고싶지 않은 것은 콘크리트 바닥이아닌 진흙과 잡초가 무성한 텃밭에서만 놀뉼게 하고싶은 심정과 유사한 마음의 결정이다.
지난주에 그림을 그려간 아이는 무슨 유치부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노란 카드를 가져왔다. 상이라고는 처음인 아이가 금상이 좋다는것뿐 더이상 알리 없다.
꾸밈없는 저대로 싱싱하게 자라기를 빈다. <서울관악구 신림3동711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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