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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속의 일본경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제36년의 마지막 단계에서 벌어진 발악적인 식민지 통치를 그들이 우리나라에 설치한 약간의 군사시설과 공장시설로 보상할 수는 절대 없을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필요때문에 한국에 투자한 자본과 건설한 공장들이 현납·현금·징용·징병·정신대·신사참배, 그리고 창씨개명등 범죄적 민족말살정책의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처럼 일제36년은 한국근대사의 행방을 크게 굴절시킨 역사였다. 만일 식민지시대를 그나마도 일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보다 심각한 정체의 늪에 빠졌을 것이라 상상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면 그것은 일제식민사관에서 깨어나지 못한 구시대의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도 이런 망상속에 민족사를 보는 일부 한국인이 없지않다는 것을 알고있다.
장도빈선생은 민족사를 위대한 역사, 대한의 사로 서술하는 역사가를 민족사학자라 이름하고 민족사를 열등한 소한의 사로 서술하는 자를 식민사학자라 불렀다. 일제식민지시대의상처와 잔재는 너무나 컸다. 5천년역사에서 단 36년간의 역사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남긴 충격은 깊었던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들 마음속에 준 이 상처는 얼마간 아물지 않을 것이다.
하루빨리 한국속의 일본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한국사의 서술과 한국사의 해석이 절대 필요할 것이다. 일제36년의 평가는 한국사 해석의 중요한 일부다. 1910년에 대한제국이 망하고 1919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어 10년간의 단절이 있었으나 그것은 단지 법적인 해석일 뿐이다.
역사적으로는 이 10년간에도 나라는 망하지 않았거나, 망했어도 나라는 반드시 다시 선다는 민족적 확신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같은 민족의 확신에 따라 일제 식민지통치기구는 당시의 애국적 민중과 더불어 결코 역사적 사실로 승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 역사는 시대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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