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경남·동아대 이념강좌 수강생 모자라 폐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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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재가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는 이유로 이적성(利敵性) 논란을 불러있으켰던 경상대 교양강좌 '한국 사회의 이해'가 수강생 미달로 2학기 개강이 무산됐다. 경상대는 30일 '한국 사회의 이해'수강신청을 마감한 결과 교양강좌 최소 개강 인원인 40명에 크게 못 미치는 11명이 신청, 개강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경남대도 교양선택강좌 13개 중 '한국 정치의 이해' '한국 경제의 이해' '미국의 이해' 등 3개 강좌를 수강인원 미달로 폐강했다. 동아대도 수강생이 모자라 '한국 민중사'의 2학기 개강을 하지 못했다. 캠퍼스에 탈이념 바람이 불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학생들로 강의실이 북적대던 이데올로기 분야 강좌가 갈수록 수강신청이 줄고 있다.

경상대 '한국 사회의 이해'강좌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당시인 1994년에는 수강생이 1000여 명이나 몰리는 바람에 강의실을 500명씩 쪼개 2곳으로 나눠야 할 정도로 학생에게 인기였다.

그러나 이 강좌는 교재의 이적성 문제로 대표 집필자인 경상대 정진상(사회학).장상환(경제학) 교수 등 2명이 94년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폐강됐다 11년 만인 3월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고 이번에 재개강을 시도했었다. 당시 검찰이 교재 공동 저자인 교수 8명을 소환하려 하자 학계가 '학문.사상.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대책위'(상임대표 고철환 서울대 교수)를 구성해 대응에 나서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었다.

이번에 개강이 무산된 것에 대해 정진상 교수는 "실용학문을 선호하는 세태변화에다 강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수강신청이 저조한 것 같다"며 "10여 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보완한 교재를 만들어 내년 3월 다시 개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이해'의 새 교재는 교수 14명이 참여해 정치.경제.이데올로기 등 16개 분야를 집필 중이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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