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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안의 한국보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일본안에는 우리나라 문화재로서 보물가치가 있는것이 많다고 한다. 알려진 것이 그렇게 많다면, 아직도 알지 못하는 숨은 보물은 얼마나 많은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수가 없을것이다. 그런데 그많은 우리나라보물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따지고보면 우리들의 불찰이었을 것이다. 그야 일부는 억울하게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특히 임진왜란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말할것도 없고 유능한 기술자나 학자들까지도 강제로 끌고갔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물을 보물인줄 모르고 마구 팔아 넘긴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무엇이나 정당한 값어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법이니까.
실제로 얼마전에 고서점에 굴러다니는 『해동가요』라는 낡은책을 국문학을 전공한 학자는 3만원에도 안산 것을 대학문턱에도 못가본 어떤 고서수집가는 10만원을 주고 사서 그것이 우리나라에는 둘도없는 시보문학의 귀중한 문헌임을 세상에 공개해서 놀라게한 일이있다.
우리나라 문화재란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겨져 있는 보배라는 생각에서 일본사람들이 손대기전에 우리들이 먼저 수집·보관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설사 한발 늦어 일본 사람이 먼저 수집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나라 문화재로서 높이 평가될수 있다면 저들보다 더많은 값을 지불하고 되찾아오는 노력이 있었던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노력이나 관심은 없이 단지 결과만을 가지고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재를 어떻게 했다고만 아우성이다. 우리나라 문화재가 일본에 가있다는것이 잘못된 일이라면 앞으로 더많은 문화재가 나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문제삼는 많은 지식인들이 그들자신은 얼마나 우리나라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하고,아끼는데 힘써 보았는지 궁금한 일이다.
세상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고 목청을 돋우어 소리치면서도 막상 자신은 실천하지않는 사람들이 많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학문에는 문헌자료가 전쟁에 있어서의 무기와 같은데, 학자들이 우리나라 고전적이 잘 수집·보존되어야 한다면서도 일부 도서관과 학자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란 그것을 수집하는것을 다른사람들이 해야하는 것처럼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앞으로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 그나마 남아있는 우리나라문화재, 특히 전적은 제대로 고증이 되지 않아서도 활용할수 없게되는 동시에 그 정당한 가치를 분별할수 없어, 결국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외국사람들 손에 넘어가기 쉬운 불행한 결과를 빚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개천 나무라 무얼하나 소경된 내탓』이라는 속담이 있음을 깨닫고 깊이 반성할 일이다. <안춘근><한고서동우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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