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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공정한보도」 지켜보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신문은 곧잘 TV의 잘잘못을 소상히 보도하는데 반하여 TV는 당하고만 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국 사람들의 푸념이었다.
그런데 KBS는 방송사상 최초로 그 금기를 깨뜨리고 과감히 신문의 보도 태도에 도전하고 나섰다.
이번주 KBS의 월요기획 『오보』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KBS는 이 프로에서 KBS자신은 물론 MBC의 보도태도마저 비판했다. 이 『오보』의 테마는 신문·TV·잡지가 어떻게 보도를 잘못하여 대중들에게 피해를 주는가의 내막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가끔 신문에 잘못된 기사가 정정되는 것만을 보아온 독자들에게는 이프로야말로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처음 장면에서 KBS자신이 충견이 물에빠진 어린이를 구했다고 보도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실토하는 장면을 보면 기분이 후련해진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관찰해 보면 이 내용은 모든 매스컴들이 일제히 정정보도를 했던것이므로 KBS만의 수칫거리는 아닌 것이다.
충견사건에 이어 박상은양피살사건등의 과장 보도에 관한 내용들이 소개되다가 어느 특정한 신문이 당한 오보사건(심신장애자에 관한 보도)에 초점이 모아 진다.
이 프로는 신문·방송이 공히 오보를 저지른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신문의 보도태도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문을 궁지에 모는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관한 사항이다. 즉 신문이 잘못보도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는 방법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한 동위원회 직원은 『신문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었을때는 출적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또 신문을 당혹하게 하는 장면은 오보된 커다란 신문기사와 중재위원회의 지시로 실린 작은 정정기사를 비교하는 장면이었다.
KBS는 이 프로에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계획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장기간에 걸쳐 기획된 야심작이다. 그러나 의견의 반영을 주관적으로 처리한 면이있다.
첫째, 신문과 방송의 노출범위와 속도가 오보의 효과를 얼마나 좌우하는지에 관한 언급이 없다. 말할것도 없이 똑같은 내용의 오보를 신문과 TV가 동시에 보도할때 TV의 효과가 훨씬 크다.
KBS는 거대한 지방방송망을 롱하여 사건을 취재하며 방송하는 월등한 체제를 가지고 있음에 반하여 신문은 지방취재망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둘째, 실제로 TV뉴스는 신문뉴스와 대동소이하기때문에 신문이 오보를 낸만큼 방송도 오보를 냈을 것이다. 기왕에 자신의 보도태도를 자성하는 바에야 KBS가 낸 오보의 예를 더많이 제시했으면 좋았을것이다.
세째, 오보의 피해자였던 독자와는 인터뷰하면서 이 프로와 관련된 일선 신문기자들의 변은 들어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이 빠진것이다.
어쨌든 이번 프로는 보도의 공정성을 일깨워주고 방송대 신문의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는 촉매작용을 할것이다. 더불어 KBS에 많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 프로는 KBS의 오보에 대한 결백성을 다지는 실천강령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앞으로의 「공정한」 보도태도에 큰 기대를 걸것이다. KBS는 그기대를 충촉시켜야한다.
둘째, 신문은 성격상 비판적인 매체 (방송은 오락적 매체)이기 때문에 비판에 관한한 신문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 앞으로 신문은 TV프로를 훨씬더 예의주시할 것이기때문에 KBS의 업무는 훨씬 힘겨워 질것이다.
세째, 『보도』란 넓은 의미로는 뉴스프로만이 아닌 좌담·다큐멘터리·드라머·해설·스포츠등 모든. 사실전달의.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의 행위를 통칭한다. 이를 계기로 TV의 전반적인 공정성에 관해 광범위한 분석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KBS의 분발이 기대된다.
『오보』는 시청자와 신문에 대한 KBS 보도의 공정성을 공약하는 프로다. 그 공정성이 실천되지 않으면 이 프로야말로 바로 『오보』가 되고 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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