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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명단 3090명 발표]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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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들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1차 수록 예정자 3090명의 명단이 29일 발표됐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명단이 비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9일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의 명단 발표는 광복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기구에 의해 이뤄진 대규모 '친일파 청산'작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선정 과정과 기준의 문제 등에서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함된 데 대해 윤 위원장은 "반드시 반민족 행위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황군의 장교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장교 출신인 영친왕이 빠진 점에 대해선 "자발적 친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권이 무너진 상태에서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편찬위가 제시한 '소위 이상 일본군 장교 출신자'기준을 적용할 때 정치적 편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이었던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의 부친과 만주국 경찰이었던 같은 당 김희선 의원의 부친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군 장교''경찰 경부'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정 기준에는 '친일 행위가 현저한 일반 경찰과 군인'항목도 있다. 편찬위는 "친일 행위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편찬위는 명단을 발표하며 '화해'를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역사의 교훈을 남기기 위한 과거사 정리일 뿐이다. 후손에 대한 연좌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친일 명단 수록 예정자'라고 명명했듯이 향후 명단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관계자나 유족들의 법적인 대응이 오면 민변 측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왜 이런 해명성 발언을 반복해야 하는가. 명단 자체의 문제점과 발표가 몰고올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편찬위 측도 스스로 의식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윤 위원장은 "당초 어림잡았던 숫자는 4000여 명이었으나 이후 조사를 거쳐 3200명 정도를 잡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 일단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언론인 장지연, 시인 유치환 등이 논란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연은 포함됐고 유치환은 빠졌다. 편찬위 측은 "장지연처럼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후에 친일적인 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한 경우는 명단에 포함시켰다"면서 "유치환은 정밀한 조사를 거쳐 문제점이 발견되면 2차 명단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편찬위는 명단 숫자를 몇 차례나 변경하는가 하면 "종교계 인사 가운데 천도교 '최준모'는 잘못 포함된 것"이라며 현장에서 제외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배영대.권호 기자<balanc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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