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기업 유치 회계수준이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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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회계제도만 국제적 수준으로 표준화하고, 투명하게 만들면 세계적 기업들의 아시아 지역본부로 각광 받을 것이다."

빌 파렛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이하 딜로이트) 글로벌 CEO(최고 경영자)는 29일 아시아 금융허브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딜로이트의 회원사로 새 출발하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이 금융 허브까지는 아니지만 회계제도만 잘 갖추면 매력적인 지역본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렛은 "아시아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으로 지역본부를 옮겨야할 것"이라며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가 좋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물론 생명공학 분야 기업의 지역본부가 찾을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과 기업지배구조, 세무 제도를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렛은 회계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최상급 공인회계사와 컨설턴트, 재무전략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딜로이트가 안진회계법인과 손잡은 것도 한국에 이 같은 국제적 기준의 회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한항공과 두산산업개발이 회계 부정을 털어놓은 것에 대해 그는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고백한 것은 칭찬할만 조치"라며 "미국에서도 엔론사태 이후 회계 투명성 강화가 요구되면서 기업회계가 과거보다 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회계시장과 관련해서는 "올해부터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회계기준의 엄격성이 높아지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앞으로 10년간 매년 두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회계시장은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회계감사 뿐 아니라 세무 컨설팅과 경영컨설팅, 재무자문 분야의 수요도 많아 아시아에서 가장 일거리가 많은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6% 수준에 머물 것이란 한국은행의 전망에 대해 그는 "4.6%만 달성해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규제완화와 기업의 경영개혁 노력이 수반되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김동호,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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