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보다는 실속위주 옷차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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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멋보다는 실속을-. 올겨울 젊은이들의 옷입음새 추세는 이한마디로 요약된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주인공들이나 입으면 어울릴듯한 배거본드 룩(방랑자풍)이 이번 겨울 젊은이들에게 인기. 활동성과 경제성에 그나름대로 멋을 겸비한 실속있는 옷차림이기 때문인듯.
젊은 여성들의 경우 마치 아버지가 입던 옷을 소매만 줄여입거나, 지금은 사라진 구제품 또는 군복에 염색한 것같은 옷·판초등을 걸치는 풍이 젊은이들의 패션을 주름잡고있다.
특히 올겨울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레그 워머(leg-warmer)라는 정강이에 끼는 토시같은것.
미니스타일이나 각선미를 자랑하는 옷은 한겨울 추위에도 멋을 위해 맨다리를 내놓고 다녀 보는 이들의 측은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으나 올해는 마치 내복이 흘러내린 것같기도 하고낡은 경기용 스타킹 같기도한 워머의 차림이 거리를 활보하고있다.
한켤레에 1천5백∼3천원을 하는 워머의 판매량은 올해 처음 시장에 이를 내어놓은 T사가 놀랄 정도. 지난해 서구에서는 크게 유행했지만 국내에서는 많이 팔릴 것이란 기대없이 제품화했으나 의외로 히트, 추가생산까지 하게됐다.
워머는 신축성이 좋은 털실이나 일반옷감에 고무줄을 넣어 만든것으로 차가와지기 쉬운 여성들의 다리를 보호, 생리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워머와 함께 또 한가지 유행하는 의복은 뜨개질 옷. 뜨개질옷은 가격이 싸고 신축성이 높아 활동이 자유로우며 보온성이 높아 겨울패션으로는 만점인셈.
특히 바늘과 실만 있으면 자기마음대로 개성있는 옷을 만들어 입을수있어 조그만 창작의욕도 충족시켜준다.
더구나 요즈음 젊은이들은 주문복보다 기성복을 좋아하는 추세에 있어 똑같은 옷을 입고도 개성을 살리기위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이용하거나 제손으로 만든 뜨개질 머플러·모자·장갑등이 환영받는다.
워머나 뜨개질은 모두 지금까지 정돈된 여성의 아름다움을 벗어나 흘러내리는듯 자연스런 배거본드풍이 세계적 유행의 추세.
옷 제조업체들조차 일부러 새옷을 몇번 빨아 색상이 낡고 허름하게 만들고있어 어른들의눈엔 이해할수 없게 비친다.
그러니 『입기 편하고 어떤 곳에서도 옷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이숙경·20·덕성여대2년)는 소비자들의 입장외에 패션전문가들도 『만들기 편하고 실용적』(박윤수씨)이란 점에서 환영을 받고있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정장에 넥타이보다는 콜덴복·누비옷·점퍼·청바지등 캐주얼웨어의 활동하기 편하고 값싼옷을 즐겨찾는게 두드러진 특징.
이같은 복장의 특징은 고교생과 근로청소년들도 비슷하다.
부산내성고교 학생주임 정무진교사(43)가 부산시내 남고생 2백29명과 여고생 2백33명등 4백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복자율화에 따라 가장 입고싶은 옷은 남학생이 ▲점퍼(80·8%) ▲청바지(50·6%·복수희망) 여학생은 ▲티셔츠(92·5%) ▲간편한 바지(76%)를 들었다. <전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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