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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서 겸재 진경산수 제대로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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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겸재 정선, 도산서원, 지본담채, 21.2×56.3㎝.

59세 무렵의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은 경북 울진의 성류굴 절벽을 수직으로 좍좍 내리 그어 그 가파름을 표현했다. 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退溪) 이황(1501~1570)이 만년에 은거하며 조성하기 시작한 도산서원, 퇴계보다 100여 년 뒤의 사람 겸재가 묘사한 도산서원은 퇴계가 생전에 『퇴계집』에 기록한 그 모습이다. 진경산수다.

 또한 64세 무렵 가을날, 겸재는 내금강 단발령 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금강산 1만2000봉을 비단에 담았다. 뾰족뾰족 봉우리 사이사이 능선엔 곱게 단풍이 졌고, 삼불암(三佛岩)·정양사(正陽寺) 등 명승엔 이름을 써 넣었다. 이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의 산세는 ‘진짜 경치(眞景)’를 통해 ‘참된 경지(眞境)’에 이른 겸재의 또 다른 성취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조선 후기 르네상스라 할 진경문화의 대표자 겸재 정선과 그 후예들의 진경산수화 90여 점이 나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성우)이 마련한 ‘진경산수화-우리 강산, 우리 그림’전이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문화재단으로 출범하면서 연 첫 외부 기획전 ‘간송문화’ 1·2부에 이은 전시다 . 그간 이 미술관에서 중점 연구해 온 진경산수화를 주제 삼은 이번 전시에서 겸재의 59세 무렵 작품 ‘성류굴’부터 84세로 사망하기 직전에 그린 걸로 추정되는 ‘금강대’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또한 심사정, 김홍도, 이인문 등 진경시대를 이어간 후예들의 작품도 출품됐다.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의 백인산 연구실장은 “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 중심을 갖고 우리 것으로 소화해 낸 진경산수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5월 10일까지. 성인 8000원.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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