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농수산물 시장 내주고 화장품·가전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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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앞으로 베트남산 의류와 농수산물이 국내시장에 더 싸게 들어올 전망이다. 반대로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화장품·가전제품 가격도 단계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10일 타결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베트남 FTA 발효시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 94.7%, 베트남 92.2%의 상품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품목별로는 한국이 495개, 베트남은 200개의 관세를 발효 15년 안에 없애기로 했다. 즉시 철폐 품목은 한국이 의류를 포함한 76개인 반면 베트남은 하나도 없다. 대신 베트남은 3년~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베트남의 개방률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점을 감안한 조치다.

 한·베트남 FTA가 발효되면 코트·재킷·남녀정장·셔츠·브라우스·양말과 같은 20여개 베트남산 의류 제품이 한국에 무관세로 수입된다. 지금은 베트남산 의류에 13%의 수입 관세를 붙이고 있다. 의류는 베트남의 한국 수출 2위 품목(올해 10월 누적 19억800만달러)이다. 이렇게 되면 노스페이스·유니클로처럼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둔 글로벌 의류 브랜드의 국내 수입 가격이 지금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농수산물의 개방폭은 한·중 FTA보다 넓다. 고구마를 비롯해 가자미·복어·성게·피조개의 관세가 발효 뒤 3~5년 안에 없어진다. 바나나·파인애플·망고와 같은 열대과일 관세도 10년 안에 철폐된다. 다만 쌀과 오징어·갈치·고등어처럼 국내 소비량이 많은 농수산물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베트남은 한국산 화장품·가전제품에 대한 관세(20~25%)를 10년 안에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산업부는 한류 바람을 타고 베트남 여성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밥솥과 중저가 화장품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부품 관세(10~20%)도 5~15년 안에 없앤다.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둔 현대·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기업이 국내에서 더 싼 값에 부품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베트남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타이어·면직물·편직물·철도차량부품도 3~10년 안에 관세가 철폐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은 이들 품목에 대해 관세를 물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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