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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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화 시대에 살면서 우리 한국 문학도 국제화 추세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한국 문학이 서구의 문학을 받아들이고 그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여 왔다는 사실에서 비롯하여 오늘의 한국 문학이 독자적인 수준에 이르러 그 성과를 국제 사회에 소개하는 데까지 이르는 문제로 집약된다.
원초적으로 한국의 현대 문학은 19세기말 개항과 더불어 서구 문학의 영향을 받아 성립했으며, 그런 영향 관계는 하나의 주종 관계의 구조 속에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구 문학의 일방적 수용이라는 우리의 미약한 입장뿐이 아니라 직수입 아닌 일본을 경유한 서구 문학 섭취라는 불행이다.
물론 한국 문학은 그러한 고난과 불행을 극복하면서 근년에 상당한 수준 향상을 이루고 있다.
세계 문학의 차원에서 보아도 결코 손색이 없는 훌륭한 문학 작품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소재로 한 경우에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만한 문학적 감흥의 보편성은 충분히 담고 있다고 할만한 작품들이 상당수 생산될 정도까지는 되었다.
다만 문제는 한국 문학의 이 같은 성과가 언어의 장벽 때문에 외국에 거의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문학이 외국인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 세계 속에서 한국의 고립과 한국인에 대한 몰이해를 불가피하게 존속시킨다는 불행으로 연장된다. 그것은 또 한국 문학을 국제적 문학상에서 멀게 하는 원인도 된다.
그 점에서 국제화 시대에 사는 우리가 우리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고 전파하는 일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은 어느 의미에서 종내 지속되어온 서구 문학과의 주종 관계를 탈피하고 한국 문학의 독자성을 과시하는 과업이다.
우리는 한국 문학을 서구에 역수출하여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때 이른 의욕은 가지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서구 문학과 한국 문학의 동등 관계를 형성해야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우리가 우선 관심을 두어야할 것은 한국 문학 번역 활동의 활성화다.
그것은 적극적으로는 우리 문학의 해외 수출이란 의미에서 중시되어야겠지만 다른 의미에선 수입 일변도의 번역 구조를 수입, 수출의 균형 구조로 바꾸는 일도 된다.
문학 수출이 곧 문화 수출의 일환이며 그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인 점에서 이를 적극 추진함은 물론 필요하다.
최근 이런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적지 않은 우리 문학 작품을 번역 출판하는 기관들이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가지 점에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하나는 문학의 해외 수출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문인들이 투철한 작가 정신으로 창작에 임하는데 더욱 정진하라는 것이다.
문학은 작가의 문학 정신과 문학적 기능이 결합된 소산이기 때문에 작가의 의식이 우선 확립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번역서의 선정에서도 보다 신중과 공정을 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많은 비용을 소비하는 사업이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 또한 불행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 사업이 대국적인 문화 정책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작품의 번역과 해외 보급을 보다 효율성 있게 하기 위한 연구와 지원이 모두 국가의 문화 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문예진흥원을 통한 지원 사업이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고 전망도 밝다고 보이지만 그 정책 시행의 실제에서도 불만의 요소를 배제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한국 문학의 해외 수출은 번역 출판만이 아닌 작가들의 국제 교류와 접촉 기회를 넓히는 등 부수적 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문학의 국제화 시대에 우리 작가들과 문화 정책 당국의 분발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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