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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투성이 영 정보기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때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영국정보기관은 요즘 잇단 간첩사건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첼트넘도청센터의 기밀을 소련비밀경찰(KGB)에 넘겨온 「조프리·프라임」 사건, 캐나다인 「휴·햄블턴」교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군사기밀누설, 런던주재 소련대사관무관인 「아나롤리·파블로비치·조트프」해군대령의 추방, 내년1월로 예정된 또다른 간첩사건재판등 1개월여 사이에 계속 드러난 스파이사건은 영국조야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의 우려를 자아내고있다.
2차대전이후 영국에서 일어난 이같은 유형의 스파이사건은 26건이상으로 전문가들은 이들사건이 스파이의 성도착증세, 돈보다는 사상적 동기, 영국방첩기관의 무능등 3가지 공통점을 갖고있다고 꼬집고있다.
전문가들, 특히 미국 CIA쪽은 영국정보기관의 이른바「무능」이 전통적인 기관자체의 불합리성에서 비롯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유명한 「국가기밀법」이 도마위에 오른다. 이 법은 한마디로 「국가의 안위」에 관한 사항일 경우 이의 수행을 위해선 일반시민의 이익을 고려안해도 좋다는게 골자다.
첼트넘도청센터의 존재를 처음으로 폭로했던 기자는 후에 석방되긴 했지만 떠들썩한 재판을 받아야했던데 비해 소련첩자들은 각종 면책특권을 누리며 「작전」을 수행할수 있었던것도 따지고보면 이법 때문이다.
이와함께 영국정보기관의 요원인선절차도 문제가 되고있다.
M1-5(방첩기관), MI-6(첩보기관)는 물론 경찰의 특수정보기구등 영국의 정보기관은 요원인선및 자체보안을 위해 너무 「신사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년동안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매우 중요한 부서에 배치할 요원을 선발할 때도 대상과 이들의 근친에 대한 개별심사로 그친다.
선발대상의 정치성향, 정신상태등의 자료를 보다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 면담절차로 수집하기 때문에 심사받는 사람의 자발적 의사나 양심에 맡길수밖에 없다. 한걸음 더 나간다면 심사자의 통찰력에 의존한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이같은 방식은 개선되지 않고있다. l950년「애틀리」수상정부가 정보요원선발에 보다 과학적이고 적극적인 심사방법을 쓰도록 종용한 미국의 권유를 못마땅하게 여겼듯 거짓말탐지기의 사용등 미국 CIA나 FBI(연방수사국)의 요원채용방식을 「대처」수상도 꺼리고 있다.
정보요원 상호간의 개인적 자유존중, 직업상의 비밀엄수등 영국정보기관의 두가지 전통도 취약점으로 말해진다.
「프라임」이 2천5백명이상의 추행대상소녀명단을 갖고있었고 빈이나 베를린에서 KGB요원과 여러 차례 접촉을 가졌으면서도 상관의 의심을 사지않은 것도 이같은 전통 때문이란 얘기다.
영국의 정보기관이 아직도 구시대인물, 특히 명문사립학교출신및 부르좌계층 출신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점도 내부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있다.
3년전 「엘리자베드」 여왕의 미술품관리인이었던 「앤터니·볼런트」의 간첩사건이 그의 정보제공댓가로 형을 면제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프라임」이 35년의 중형을 받은 것이 그가 같은 계층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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