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나를 생각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3학년도 대학입시학력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시험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한편으로는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지망할지, 갖가지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2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학력고사에 응시한 수험생은 64만7천9백명으로 정규4년제 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의 총 모집 정원의 거의 두배가 된다.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있어 중요한 고비의 하나일수 있는 입시에서 벌써 2대1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수험생들은 내년1월7일 학력고사성적발표 때까지 대학입시에 30%가량이 반영되는 내신성적을 위해 졸업시험을 치러야하고, 고사성적발표 뒤에는 자신의 진로와 직결되는 대학 및 학과선택을 놓고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러야 한다.
해마다 입시 철이면 느껴지는 일이지만, 한사람의 일생이 걸린 학과선택이 자질이나 희망보다 학력고사에서 받은 성적에 의해 좌우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적잖게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흔히 「눈치작전」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의 대학지망 풍속도는 이미 나와있는 성적을 갖고 어찌해야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갈 수 있느냐를 놓고 이리 재고 저리 뛰는데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대학의 질이 평준화 될 수 없는 이상보다 전통 있는 대학, 그 중에서도 명문학과를 지망하고자 하는 것은 무턱대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소질이나 미래지향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무조건 명문대학에만 붙고 보자는 경향은 한 개인은 물론 사학전반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 한 일은 아니다.
학력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고 법·상계나 의예과 등 이른바 인기학과를 지망하는 것은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허영심만을 만족시켜주는 한심한 일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보아야한다.
우리사회가 아직 계층이나 직능이 분화되지 않은 전근대적 단계에 머물러있거나 일본의 통치하에서처럼 선택의 폭이 지극히 국한된 때라면 또 모른다.
그러나 산업사회도 후기에 접어든 길목에서 우리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사회상황이 끊임없이 달라질 뿐 아니라 직업의 기능이나 가치도 다양다기해지는 것이 현대사회다.
더우기 오늘의 수험생들이 이 사회의 중견으로 살아갈 10년 후, 20년 후의 사회가 얼마만큼 변모할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는 여건에서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은 생각지 않고 시류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일은 어리석기까지 하다.
국가란 차원에서 보아도 인재가 각 분야에 고루 배치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다.
권력지향, 금전만능의 단순가치와 직접 관련되는 학문이라면 그만 이라는 사고방식이 이사회에 미만하는 한 나라의 참다운 발전은 기약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한사람의 진로는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문제며 따라서 선택의 열쇠는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미래가 보장되는 실리를 택하는 경향이 따지고 보면 이사회의 왜곡된 단면인 이상무조건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간판이나 따고 안락한 생활만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젊은이로서 떳떳한 자세일까.
젊은이라면 나름대로의 이상, 그리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고고한 정신을 가져야한다고 해서 지나친 요구는 아니다.
해가 다르게 세상은 달라지고 있으며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어떤 분야에서건「성공」도 있고 응분의 보상도 받게 되어있다.
모든 수험생들이 시속에 흔들리지 말고 넓고 긴 안목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지혜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