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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500억 재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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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백억원대 부동산의 소유권을 놓고 싸우는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의 얘기가 화제다.

아버지 K(84)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왕년에 날리던 변호사. 1960년대에 사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땅(현시가 4백억원)과 서울 관악구 남현동 땅(1백억원) 등 20여만평이 '금싸라기'가 되면서 부동산 거부(巨富)가 됐다. 아들은 S대 법대와 미국 명문대 법학석사 출신.

80년대 말 주변에서 K씨에게 "땅을 팔라"며 채근한 것이 화근이었다. 내키지 않던 K씨는 미국에 유학을 간 아들(50)이름으로 명의신탁을 해놓았다.

그 아들이 90년대 초 귀국하면서 시작된 불화는 2년쯤 전 노골화됐다. 병이 생긴 K씨의 월 2천만원 넘는 병원비를 대기가 어려워지자 부인(79)이 남현동 땅을 팔기로 작정한 것.

그러자 명의인인 아들이 "내가 팔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계속 소식이 없자 K씨는 지난해 땅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일에 대비해 땅에 가등기를 해 뒀던 K씨는 곧바로 본등기를 했다. 분당의 땅에 대해서도 "명의만 아들로 했던 것이니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수원지법에 냈다.

어머니는 '2002년 12월 31일까지 문제의 부동산을 전부 반환하지 않으면 아들을 상속인에서 제외한다'는 유언장을 공증받아 아들에게 통보했다.

"별도로 넘겨준 빌딩의 임대료 등으로 매달 수천만원을 벌면서도 아버지 병원비 한푼 내지 않고 땅 욕심만 낸다"는 게 K씨쪽 얘기다. 매년 1억원이 넘는 각종 세금도 아버지인 K씨가 내왔다고 했다.

아들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월 "땅은 아버지가 내게 증여한 것인 만큼 소유권 이전등기 자체가 무효"라며 맞소송을 냈다.

판결날짜가 다가오면서 아들은 지난달 어머니를 만나 "재산의 60%는 부모님이, 나머지 40%를 삼남매가 나눠 가질테니 소송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 말을 믿고 취소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들은 약속과 달리 아버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취소하지 않았다. 결국 K씨 측은 최근 '소송 취소는 속임수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는 내용증명을 아들에게 보내 소송 재개를 선언했다.

조강수.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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