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조현아 "모든 보직 사퇴" … 부사장은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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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현아(40·사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에 대해 사과하고 모든 보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사장직과 등기이사를 계속 유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은 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큰딸인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조 부사장은 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과 국민께 죄송스럽다.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CSO)을 맡아왔다. 그러나 대한항공 부사장 직위와 칼호텔네트워크·왕산레저·한진관광 대표이사 등 다른 계열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참석했던 조 회장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조 회장은 “(조 부사장이) 업무 중이었지만 고객에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회사가 조 부사장의 중대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책임은 기장이 ‘탑승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관제탑에) 보고하게 한 조 부사장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행 KE086 여객기에 탑승한 뒤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인 여객기를 탑승구로 후진시켜 논란을 빚었다. 이 여객기는 사무장을 내린 후 다시 출발했고 10여 분 연착했다. 조 부사장은 먼저 고객 의향을 물은 뒤 땅콩 등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서 내와야 하는데 봉지째 갖다준 게 매뉴얼과 다르다고 문제 삼았다. 대한항공은 8일 “승무원에 대한 서비스 지적은 당연한 것”이라고 해명해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조 부사장 관련 문제는) 사실 관계에 기초해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부당한 압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경로를 변경한 사람은 1~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조 부사장을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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