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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포프 집권 발판은 역시 KG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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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크렘린 암투에 제설분분>
「안드로프프」는「브레즈네프」가 사망한지 불과 이틀 뒤 예상외로 빠르게 소련공산당 서기장직을 장악함으로써 관측통들을 놀라게 했었다. 그의 서기장 취임은『당정치국의 추천에 따른 중앙위의 만장일치선출』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후 서기장선출이 진정한 합의에 의해 순탄히 이뤄진 게 아니라는 얘기가 자꾸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 전 뉴욕 타임즈지가 정치국과 중앙위에서「안드로포프」파와「체르넨코」파가 심각히 대립했다고 보도한데이어 이번엔 워싱턴포스트지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지가 동시에「군 개입 설」을 뚤고 나왔다. 보도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워싱턴=장두성 특파원】신임 소련공산당서기장「유리·안드로포프」는 소련군부의 지원을 받아 긴급 소집된 정치국원·중앙위원 등 50여명이 모인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서기장에 선출됐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21일 보도했다.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는 당 간부들의 소집도 KGB(국가보안위원회 비밀경찰)의 연락망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내용을 요약한 것이다.「브레즈네프」는 죽던날(10일)부인 빅토리아와 바르비카에 있는 별장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 후 「브레즈네프」는『가져올 것이 있다』면서 침실로 들어갔다.「브레즈네프」가 1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경호원들이 그의 침실로 달려갔다.
「브레즈네프」는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의사들이 현장에 달려오기 오래 전에 그는 이미 절명해 있었다.
여러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방상「드미트리·우스티노프」와「안드로포프」는 모스크바지역에 주둔하고있는 군대에 경계령을 내리는 명령서에 서명한 것 같다.
「안드로포프」는 또 당중앙위원회 조직 대신 자신이 지난봄까지 15년 간 이끌어왔던 KGB의 연락망을 통해 모스크바이외의 지방에 있는 중앙위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안드로프프」의 경쟁상대였던 정치국원「큰스탄틴·체르넨코」 는「브레즈네프」생존시 그의 심복으로 총무와 인사를 담당하면서 중앙위원회를 장악하고 있었으나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 때문에 처음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후계자선정은 정치국원,후보위윈,중앙위원회주요간부등 50명 가량의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루어졌다.
여기서 군부의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군부를 대표한「우스티느프」국방상은「안드로포프」를 밀면서 단결을 과시하기 위해 후보지명연설은「체르넨코」가 해야한다고 제의했다.
중앙위원회위원들은 이 결정에 대해 그 후 그룹별로 브리핑을 받았다.11월12일 정식회의에서 이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안드르포프」를 서기장으로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로스앤젤레스=이영섭 특파원】「안드로포프」가 소련의 새 당 서기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방상「우스티노프」덕분이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지가 21일 보도했다.
이날 LA 타임즈지는 소련의 유력한 언론인의 말을 인용,「브레즈네프」서기장이 사망한 직후 소집된 소련공산당 정치국 긴급회의에서「안드로포프」의 라이벌인 정치국원「콘스탄틴·체르넨코」는 자신이 집권하기 위한 전 단계로「브레즈네프」직계인「티호노프」수상을 우선 서기장으로 앉히려는 전술을 폈으나「우스티노프」국방상의봉쇄로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즈의 보도내용은 다음과 같다.
「브레즈네프」가 10일 사망한 직후 곧 긴급 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유력한 서기장후보인「안드로프프」와「체르넨코」외에「빅토르·그리신」,「안드레이·그로미코」,「우스티노프」,「아로비드·펠셰」,「미하일·고르바초프」등 적어도 8명이 참석했다. 이들 8명의 참석자는 모두 모스크바 거주자였다.
그때까지 공식발표는 안됐지만 이미 정치국에서 탈락한「키릴렌코」가 이날 회의에 참석지 않은 것은 틀림없으나, 지방에 거주하는 세 정치국원의 참석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크렘린서 열린 긴급회의에서「체르넨코」는『수상으로서 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할 뿐 아니라 외교·내정양면에서 고「브레즈네프」의 정책에 충실했던「티호노프」를 새 서기장으로 추천한다』고 말을 꺼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추천된「티호노프」는 자신은 너무 나이가 많으므로(77세) 보다 젊고「브레즈네프」의 신뢰가 두터웠던「체르넨코」를 추천한다며 입후보를 고사했다.「체르넨코」의 의도 대로였다.
이때「우스티노프」국방상이「티호노프」의 발언을 막고 나섰다. 그는『더 이상 이 문제를 토의할 필요는 없다. 이미 정치국의 대세는「안드로포프」를 서기장으로 선출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을 지휘하는「우스티노프」의 말에는 아무도 반대할 수 없었다.
■…「안드로포프」소련공산당서기장에 대한 뒷 얘기가 최근 심심치않게 나돌고 있다.
일에 대해서는 냉혈 할 이만큼 엄격해서 짤막한 지시를 좋아하고 부하들을 혹사하는데, 명령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목을 치는데」전혀 주저하는 적이 없다
자신의 생활도 정력적이어서 아침8시면 아파트 문을 나서 리무진승용차 안에서 신문을 읽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브레즈네프」가 만년에 10시가 지나서야 출근하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라는 평.
또 말수가 적고 훈장을 몸에 달고 다니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안드로포프」인간상>
아들「이고리」(37)는 현재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전 유럽안보 재검토회의에 소련대표로 참석중이고, 딸「이리나」는「필리포프」라는 연극배우와 결혼해 살고 있다. 아내와는 사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분명치 않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
KGB의장을 맡고 있을 때 그는 연극관계자들 파티에 참석,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배우에게 꼬냑을 권한 일이 있었는데 배우가 머뭇거리자『받으시오. KGB의 손은 깁니다』라 고한 마디.「손이 길다」는 것은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고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그의 무서운 성격의 일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전해지고 있다.【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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