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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뮤지컬 '아이다' 8개월 대장정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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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다. 얼굴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 게다가 착하기까지…. 뮤지컬 '아이다'를 보는 내내 이 '완벽한 아이'가 떠올랐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작사가 팀 라이스와 팝의 거장 엘튼 존이 손잡고 만든 노래와 가사,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콜렉션을 보는 듯한 의상, 기하학적이면서 아름다운 무대, 원색의 강렬한 조명. 이 모든 것이 융합된 무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이다'는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130억원의 제작비, 8개월간 장기 공연, 가수 옥주현의 주연 캐스팅 때문이다. 관심이 큰 만큼 걱정도 많았다. 관객이 꾸준히 극장을 찾을 것인가, 옥주현이 성공적으로 데뷔할 것인가 등등. 27일 첫 공연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도 될만큼 안정적이고 완성도가 높았다.

영토 전쟁이 극에 달한 고대 이집트. 암네리스 공주(배해선)와 결혼을 앞둔 장군 라다메스(이석준.이건명)가 노예로 잡혀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옥주현)와 사랑에 빠진다. 라다메스는 예정된 왕위를 버리고 아이다와 함께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오페라 '아이다'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끝없이 펼쳐진 오렌지색 나일강, 노예선의 빨간색 돛 등 화려한 원색과 기하학적인 소품이 무대를 압도한다. 열두 번이나 갈아 입는 암네리스의 의상도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까지는 원작의 도움을 받았다. 눈여겨 볼 대목은 그 화려한 틀을 어떤 내용으로 채웠냐는 것이다. 차세대 뮤지컬 배우인 배해선의 재발견은 그래서 반갑다. 철부지 공주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까지 연기가 제대로 물이 올랐다. 고음 처리가 미숙하다는 콤플렉스도 벗어 던졌다. 뮤지컬 넘버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내 최고의 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옥주현의 연기와 노래도 무난했다. 하지만 가슴 저 밑에서 우러나는 것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만나서 사랑하는 1막이 통통 튄다면, 사랑하다 죽는 2막은 무대가 어두워지는 암전이 잦아 맥이 끊어지고 독창이 많아 단조롭게 느껴졌다. '완벽한 아이'에 대한 질투심에서 그런 흠이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내년 4월까지 LG아트센터, 4만~12만원, 02-2005-0114.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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