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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모두 9천만원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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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유산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김 선수의 약혼녀 이영미 양(22·서울 창동623의59)이 돌연 영혼 결혼식을 갖겠다고 나서는 등 김 선수 주변의 사람들이 부각되면서 재산 처리문제가 또다시 관심사로 등장했다.
김득구 선수의 재산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사망 전 김 선수가 벌어 놓은 재산이고 둘째는 사망 후 위로금 등으로 들어온 재산.
전자는 김 선수의 재산이므로 상속대상이 되지만 후자는 숨진 사람한테 준 돈이 아니고 유족에게 준 것이므로 상속대상이 아니다.
상속대상이냐 아니냐는 김 선수의 숨진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법적으로 사망은 뇌사가 아닌 맥박종지(종지)로 보기 때문에 사망시간은 18일 상오10시55분이다.
상속의 법적 순위는 직계비속→직계존속→형제 자매→8촌 이내 혈족의 순.
김 선수의 경우 약혼녀는 혼인신고가 안돼 있고 사실혼 여부도 따지기 어려워 일단 법률적으로는 상속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태아는 호주상속권·손해배상 청구권은 있으나 위자료 청구권·재산상속권은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법원의 견해.
다만 태아는 김 선수의 혈육이라는(인지)청구를 약혼녀가 법원에 해서 확인을 받으면, 법적으로는 가능하나 김 선수의 경우는 혼인외자(혼인외자)여서 태아 상태에서의 인지청구는 극히 불리하다. 법원 관계자들도 아직 이런 경우는 다룬 적이 없어 연구해 볼 케이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지청구가 받아들여지면 현재의 태아가 출생 후 상속권 제1순위자가 된다. 그러므로 그때 가서 이미 김 선수의 재산상속 처리가 끝났다면 그 상속받은 사람을 상대로 자기 몫을 청구할 수 있다.
재산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개시되므로 김 선수의 경우 현 단계에서 상속권이 있는 사람은 일단 친모 양씨와 계부 김씨. 김 선수가 계부의 친아들로 입적됐기 때문에 부모의 권리는 같으며 형제 자매는 부모가 있는 이상 재산 상속권은 없다.
만일 김 선수가 남모르게 낳아 놓은 자식이 있다면 부모에 앞서 모두 상속한다. 법적으로 처는 호적에 올라야 되지만 자식은 호적등재와 관계없이 사실 인정만으로 가능하다.
김 선수의 약혼녀 이양을 19일 상오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은 이미 임신 3개월 째에 있으며, 약혼녀로서 김 선수의 유지를 받들어 영혼결혼식의 예를 올리는 것만이 마땅한 도리』 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선수의 장례 절차에서부터 혼선을 빚게 될 전망이다. 당초 김 선수의 장례는 한국 권투위원회(KBC)장으로 엄수키로 합의, 21일 상오 김 선수의 유해가 도착하는 즉시 공항에서 곧바로 순천향병원의 빈소로 직행, 1박한 다음 22일 상오10시 문화 체육관에서 영결식을 갖고 선수가 소속했던 동아 체육관에서 노제를 지낸 다음 고향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로 향해 김씨 선 영에 안치키로 했었다.
그러나 돌연 영혼 결혼식을 울리겠다고 선언한 약혼녀 이양 가족은 이를 수정할 것을 주장, 장례절차를 운구 도착 즉시 공항에서 영혼 결혼을 가져 김 선수의 혼백을 위로한 다음 문화 체육관에서 영결식을 갖고 서울근교의 공원묘지나 김 선수의 명의로 동산을 마련, 유해를 안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빈소를 마련하고 김 선수의 유해를 맞기로 했던 동아체육관측은 어느 쪽의 의사에 따라야 할지 난색을 표명, 영혼 결혼식의 시행여부를 둘러싸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김 선수의 계부 김호열씨(65)는 20일 하오 김 선수의 약혼녀 이양 집을 찾아가 원만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봤으나 양가 측의 의견이 엇갈려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20일 상오 다시 만나 협의키로 했다.
이는 김 선수의 계부 김호열씨가『아들 득구의 혼백을 달래는 것도 좋지만 장례의식만은 간소화, 이에 따른 일체의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약혼녀 이양의 부친 이동식씨(52·삼성제분 소 근무)는『김 선수의 죽음은 비단 가족들만의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장례는 국가적 차원에서 치러져야 할 것이고, 또 딸의 뜻대로 영혼 결혼식을 올려 이국 타향에서 운명한 김 선수의 혼백을 위로해야 한다』고 맞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김 선수의 성금 등 재산처리문제와 다분히 관련이 있어 또 다른 변수가 작용, 새롭게 추진될 기미 또한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김 선수의 영혼 결혼식을 포함한 장례절차는 결정권을 쥐고 있는 양가의 전격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소 진통을 겪게 될 조짐이며, 궁극에 가서는 김 선수의 유해가 도착하는 대로 생모 양선녀씨(65)와 김 선수의 혈육인 누님 김정자씨(36·본명 이귀녀), 친형 이종호씨(33) 및 약혼녀 이양 가족 등 3자 최후 담판에서 결말이날 공산이 짙다.
어쨌든 김 선수의 장례절차나 재산처리문제가 다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부모·형제들과 약혼녀·매니저 등 이 한자리에 모여 뜻을 모아 잡음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금 내용>
▲전 대통령 금일봉
▲대전료=1천6백 만원
▲사망 보험금=1천4백 만원(동방생명 및 네바다주 보험금)
▲삼성전자·MBC·나이키(화승산업)=각 5백 만원
▲럭키그룹=3백 만원
▲미국시민 성금=l백60만원
▲WBA 사망보험금=4천만원(교섭 중)
▲로스앤젤레스 한인 회 및 국내성금 모금운동 등. <권일·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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