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소장이 하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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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화기관 쪽에서 보면 소장은 아주 중요한 기관이 된다. 치아·침·위·위액·담즙·췌액 등 이 있어야 소장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음식을 아무리 소 화하기 좋게 만들어도 막상 흡수하는 소장이 없다면 아무소용이 없다.
소장을 12지장·공장·회장 등으로 나누지만 구조상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12지장은 위의 끝인 유 문으로부터 이어지는 C자 모양으로 25cm정도가 된다. 소장 전체 중 차지하는 길이는 짧으나 하는 일은 많다. 우선 췌장으로부터 췌관을 통해 받아들인 각종 효소와 담낭으로부터 받은 담즙을 갖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분해, 흡수하기 쉽도록 만들어 분다.
그 중에서 큰 일은 위에서 내려온 음식을 중화시키는 것. 위액이 섞여 12지장으로 내려오는 음식물은 PH l.5∼2정도의 강산성이므로 알칼리성인 췌액과 담즙을 섞어 음식물을 중성으로 만들어 준다. 이처럼 음식물을 중화시키는 것은 그래야만 영양분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삼투압의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삼투압은 소금에 배추를 절이듯 농도가 진한 쪽으로 수분이 나와 음식물의 산 농도가 심하면 영양분이 빨려 들어 갈 수 없다.
중화가 영양흡수의 중요조건이라는 것은 12지장에서의 산도가 아직 낮아지지 않았을 때는 위의 음식물이 12지장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가 부패방지 등을 위해 강한 소독약인 염산을 내보낸다면 12지장은 다시 이 소독약을 무해한 것으로 만들어 흡수할 수 있는 압력을 갖게끔 바꿔 주는 것이다.
치아·위·12지장 중간부분까지 이르는 동안 흡수할 수 있도록 완전히 분해되고 소화액·소화효소 등 이 섞인 음식물은 공장의 절반쯤을 지나는 동안 필요한 영양소가 거의 흡수된다.
따라서 같은 소장이라도 앞쪽의 1m약간 넘는 정도에서 대개의 영양흡수가 이뤄지고 나머지 5m가 넘는 공장의 후반부와 회장은 영양분의 이삭을 줍는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에서 가끔 있는 일이지만 먹성이 좋아 너무 비만해지는 사람에게서 장을 잘라 내는 수술을 받는 경우도 영양분흡수가 주로 이뤄지는 부분을 잘라 내게 된다.
소장은 또 이런 일을 해내기 위해 2가지 운동을 한다. 한가지는 소화액·효소 등을 음식과 잘 혼합시키는 분절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물을 아래로 밀어내는 연동운동이다.
그밖에 국소적으로 생선가시·바늘 등 위험물이 들어왔을 때 좀더 무딘 쪽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장 보호운동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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