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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포프」는 군부가 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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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브레즈네프」가 간지 1주일, 그러나 지도자의 죽음과 전격적 권력승계의 내막은 베일에 가려진 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11월22일자 뉴스위크지는 모스크바 특파원들을 동원해「브레즈네프」의 죽음과 권력암투의 뒷얘기를 비교적 소상히 취재 보도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죽기 직전「브레즈네프」서기장은 15일로 예정됐던 연방 최고회의(의회)와 당 중앙위총회 개최준비에 쫓기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은 아주 나빴다.
그가 전용차인 지프l14형으로 모스크바시내를 달릴 때에도 의사가 동승해야 할 정도였다.
갑작스런 발병에 대비, 자택과 모스크바교외의 별장에도 의료기구가 준비돼 있었다. 「브레즈네프」는 10일 아침 일찍 심장발작을 일으켜 크렘린에서 2㎞떨어진 그라노프스키 가에 있는 빙원으로 옮겨졌다<주=모스크바에선 그가 집무실 책상 앞에 홀로 앉았다가 죽었으며 아침식사에 나오지 않자 놀라 찾아 나선 가족들에 의해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고있다>. 이 병원 2층 병실에는 동맥경화·만성폐질환·목병 등에 걸린「브레즈네프」의 치료를 위한 모든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브레즈네프」가 이 병원에 옮겨졌을 때는 의학적으로 보아 이미 사망해있었다고 믿을만한 소식통은 전했다.
의사들은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여러 시간 동안 치료를 해보았으나 끝내 숨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발표된 사망시간은 10일 상오8시30분.
10일 밤 치료진은 그의 시체를 해부했다. 사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혈액순환의 정지 및 심부전으로 확인됐다.
소련정치국원들 사이에 그의 후계를 노린 권력투쟁이 열을 띠게 된 것은 지난1월 크렘린의 제2인자였던 이데올로기담당「미하일·수슬로프」정치국원이 죽은 직후부터였다.「브레즈네프」는「수슬로프」후임에 가장 가까운 심복인「큰스탄틴·체르넨코」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당시 KGB의장이던「유리·안드로포프」가 이 같은 움직임에 반격을 가해5월 당 서기국으로 복귀하면서 스스로「수슬로프」의 뒷자리를 차지했다.
「체르넨코」의 지원력은 지방의 당 관료층이었다. 이에 대해「안드로포프」를 지원한 것은 강력한 지도자를 바라는 테크노크래트들 이었다.「안드로포프」는 권력투쟁에서「우스티노프」국방상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스티느프」는「브레즈네프」의 중공업정책과 중동정책의 실패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군부장성들도「체르넨코」가 행정책임을 맡아본 경험도 없어 당 지도자로선 역부족이라고 보고있었다.「그로미코」외상도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결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서기장이 될 것을 희망해「안드로프프」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체르넨코」는 스스로「안드로포프」에게 지도자의 자리를 양보했다는 얘기다.
소련정보소식통은 이 주변의 사정에 대해『「브레즈네프」서기장이 죽기 전에 후계문제는 사실상 결정돼있었다.「안드로포프」를 지명한 것은「체르넨고」였다. 이것은 두 사람사이에 모종의 타협이 있었다는 것을 뜻하며「체르넨코」는 이에 대한 보수를 받을지도 모른다』 고 말하고있다.
「안드로포프」는 금년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헝가리·폴란드·유고슬라비아 등에『「브레즈네프」의 후계자로서는 내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을 퍼뜨려 후계지위를 굳히려했다<주=다른 외지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외교소식통들은「안드로포프」가 지난11일 일부 국원들만이 참석한 긴급정치국회 의에서 표 대결 끝에 4대3으로「체르넨코」를 누르고 서기장에 전출됐다고 밝혔다.
이날「안드로포프」를 지지한 정치국원은「우스티노프」국방상(74),「그로미코」외상(72),「그리신」모스크바 시 당 제1서기(67)였으며「브레즈네프」의 심복이었던「체르넨코」(71)를 지지한 인물은「티호노프」수상(76),「미하일·고르바체프」농업담당서가(51)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이 정례 정치국회 의가 열리는 목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명의 정치국원이 불참한 이유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정치국은 이날 선출이 끝난 후 3명의 지방정치국원들에게『긴급사태였기 때문에 모스크바에 있는 정치국원들만으로 표결했다』는 사후통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프프」시대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의 패턴을 취한다면 그제1막은 우선집단지도체제를 취할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나타난 여러 조짐으로 보아 서기장이 된「안드로포프」는「그로미코」외상을 연방최고회의 간부회의장(국가원수)으로 승진시키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안드로포프」에게 최고지위를 양보한 댓가로「체르넨코」가 간부회의의장에 앉을지도 모른다.「브레즈네프」의 제2측근이었던「니콜라이·티흐노프」는 수상자리를 물러나고 후보정치국원「블라디미르·돌기흐」가 수상이 될지도 모른다.
태크노크래트로서 최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돌기흐」는 시베리아북부에 있는 소련최대의 광업야금콤비나트를 지휘, 성공시킨 이래 금년 봄 후보정치국원으로 승진했는데 곧 정치국원이 되어 중공업담당서기가 되더라도 손색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때 후계 제l후보였던「안드레이·키릴렌코」는 이미 정치국원직 사표를 제출하고 동료들로부터 거의 무시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안드로프프」체제가 오래가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는 이미68세로 고령이며 심장도 좋지 않다.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고는 하나 과거의 예로 보아 권력투쟁의 결과 잠정적인 지도자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크렘린전문가들은「브레즈네프」후계자들은 2∼3년 안에 어떤 형태로 물러나고 보다 젊은층이 소련의 지도권을 쥐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안드로포프」의 건강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러져 있지 않으나 일부소련소식통들은 그가 당뇨병에 걸려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몇 번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때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주=또 아르메니아인들에 많은 아르메나아 병이란 것에 걸려있다는 설도 있다. 이병은 뚜렷한 이유 없이 간헐적으로 몸져눕게되는 괴질 이다.「안드로포프」는 러시아인이지만 아르메니아인의 피가 조금 섞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병이「브레즈네프」시대의 실정의 회복, 크렘린지도부의 쇄신, 소련경제의 재건 등 당면과제를 풀어 가는데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는 스파이조직의 보스였다는 어두운 명성과 함께 당무·공산주의이데올로기·외교분야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모스크바에 있어서의 권력기관과 관료적인 능력으로도「안드로포프」는 노인이 많은 정치국을 찰 리드할 수 있을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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