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서 온 귀농인, 농사 힘든 노인 … 힘 모으니 살맛 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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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농장은 생산물을 로컬푸드사업단을 통해 유통해 자립경영을 촉진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전북 완주군은 2012년 기준 총인구 8만8101명으로 전라북도 군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1만5859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8%를 차지하는 초고령 지역사회다. 노인 인구는 대부분 농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고도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농업의 특성상 육체적 어려움이 있으며, 대부분 자가소비 중심의 텃밭 경작에 머무르거나 농업을 포기하는 재촌탈농(在村脫農)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완주군에 2013년 530여 가구가 귀촌하면서 2000여 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몇 해 전부터 불고 있는 귀농귀촌 열풍 덕분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귀촌인의 경우 막연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나 농촌사회에 대한 현실인식 없이 뛰어들었다가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농촌 문화에 적응을 못하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완주군은 ▶초고령화에 따른 재촌탈농의 문제 ▶귀농귀촌 정착 실패란 두 가지 문제가 상호 보완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인구 구성 상의 산술적 보완이 아닌 이질적인 두 집단이 특성과 강점을 전략적으로 연계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완주군은 정책적 소외계층인 농촌의 초고령 어르신과 귀농·귀촌자를 기본 동력으로 하는 ‘두레농장’에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귀농귀촌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위해 마을공동 생산물을 로컬푸드사업단을 통해 유통함으로써 두레농장 자립경영을 촉진하는 창조적인 지역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레농장 사업추진을 위해 행정 전담 부서(완주군청 농촌활력과), 로컬푸드 사업단, 귀농귀촌 협의회, 두레농장 네트워크 사업단 등 4개 그룹의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완주군은 두레농장 조성, 도시민 유치지원 등 두레농장의 근간이 되는 행정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로컬푸드 사업단에선 두레농장의 소비 중심의 로컬푸드형 작부체계 수립과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귀농귀촌협의회에서는 귀농귀촌에 대한 실질적 상담, 귀농인의 집 운영, 귀농귀촌자가 두레농장 등을 통해 귀촌자가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완주군은 일대 두레농장 10개소에서 2013년 12월 기준 총 13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매출액은 69억원으로 참여 노인 1인당 월 42만원 정도의 수익을 보장받는다. 이완상 평치 두레농장 위원장은 “공공이 제공하는 농업생산시설(두레농장)에서 농촌노인-귀농자가 함께 짓는 친환경농사 모델”이라며 지역사회 노인·귀농귀촌자·지자체가 협력해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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