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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저작권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회발전에 따라 법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식산업이 다양화, 다변화하고 복제기술이 날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저작권의 침해사례도 점차 다양화하고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다. 최근 미술계에서 제기된 저작권시비와 관련해서 저작권의 보호문제가 재연되고 그로 해서 우리사회에서도 지적 소유권으로서의 저작권보호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청전 이상범의 한 작품을 그 소장자가 유족의 승낙 없이 달력에 게재함으로써 화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발단이다. 이 사건은 현재 고소상태에 있지만 이 같은 종류의 사건은 벌써부터 번번이 있어 왔었다.
다행히 지금까지의 고소사건들은 기소이전에 중재를 통해 쌍방간의 합의가 이루어져 재판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로 해서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되리라는 것은 넉넉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기되고있는 저작권관계 문제는 주로 출판과 음반 그리고 미술품에 한정되고있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 경향을 보면 테이프레코더나 비디오 테이프레코더, 복사기 등 복제기기를 이용한 저작권의 침해사실이 점차 문제화하고 있다.
개인이 간단히 양질의 녹음·녹화를 해서 필요할 때 듣고 볼 수 있게된 현실에서 그 같은 개인적 행위자체가 저작권을 침해하느냐 않느냐 하는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미국에선 유니버설 영화사와 월트디즈니사가 『가정이용의 녹화를 포함하여 전파로 발사된 모든 프로그램을 허가 없이 복사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반대로 소니사는 항소심에서 VTR보급의 정당성에 관해 승소했다.
대법원판결은 아직 없지만 이 문제는 단순치 않은 복잡성을 갖고있다.
일본의 경우는 아직 「사적사용을 위한 복제」는 인정하고 있으나 최근엔 『그 정도를 넘으면 저작자가 팔 수 있는 것도 못 팔게 되는 손해를 끼친다』는 입장이 문제가 되었다.
다른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그림의 경우도 저작자의 사후 50년까지 인정하여 원칙적으로 저작자의 동의 없이 자의적 복사는 금하고 있는 것이 일본이나 프랑스 등의 경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저작자의 권리는 사후 30년이며 그것도 단지 「창작자임을 주장할 권리」일뿐 복사문제에 대한 명문규정은 없다.
따라서 미술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지금까지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그 창작권은 인정되지만 소유권은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미술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작품을 팔 때 판권까지 파는 것으로는 보려하지 않으며, 작품은 비록 소유권이 넘어가지만 판권은 여전히 보유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반대로 작품의 구입자는 그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그 작품에 대한 전체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 어느 쪽의 정당성을 지금 쉽사리 단정하긴 어렵다.
더우기 지금은 복사문화가 판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것을 간단히 재단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단지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라 하겠다.
하나는 저작권법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3월에도 저작권법 개정논의는 있었다. 주로 저작권의 소유기간을 사후 30년에서 50년까지로 연장하며 아울러 보호를 받을 저작물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 그리고 국제저작권조약에 가입하는 문제 등이 있다.
이제 그 논의를 더 넓혀 미술품 복사와 VTR복사 등 복사문제에 관한 저작권 여부에도 확대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법제정 이전에 저작권문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여야겠다는 것이다.
저작권에 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는 저작권 캠페인이 지금부터 전개되어야겠다.
당국과 사회의 저작권에 대한 관심을 새로이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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