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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처럼 법정관리인 설명 열심히 경청|공영토건 첫 채권단회의서 진풍경 만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형형색색의 채권자들>
○…공영토건의 첫 채권자단 회의가 열린 3일 상오 회의장인 대법정 주위는 채권액수나 채권자수가 사상 최대라는데 걸맞게 갖가지 진풍경이 속출.
법정 앞엔 입학시험 전날의 수험생예비소집 때처럼 접수번호가 적힌 팻말이 늘어서 있고 l천여 명의 채권자들은 자신의 접수번호가 적힌 팻말 앞에서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받아 법정 안에 들어가 수험생처럼 재판장과 공영토건법정관리인의 설명을 경청.
채권자중에는 『정년퇴직자·노령자·군경유가족·해외근로취업자·알뜰서민 등 어려운 처지의 채권자들끼리 좋은 구상을 협의해 나가자』는 안내문을 만들어 뿌리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보여 이채.
또 근처 인장포는 위임장에 찍어야할 도장을 갖고 나오지 못한 대리인들에게 도장을 파주느라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양주·외래품순익 급증>
○…국제관광공사는 주요수임사업인 면세양주 및 외래품판매이익이 매년 엄청나게 늘어나자 즐거운 비명.
이 사업으로 얻은 순이익은 사업 첫해인 72년에 1억6천1백여 만원이던 것이 10년 만인 81년에는 67배인 1백2억9천2백여 만원으로 급증.
올해도 8월말 현재 63억3천2백여 만원의 순익을 올려 연말에 가면 지난해 못지 않은 큰 순익을 올릴 전망.
국제관광공사는 이를 관광사업진흥업무와 관광자원개발사업, 관광요원의 양성과 훈련사업비등으로 활용한다고-.
그러나 제주도 중문단지개발을 비롯, 한려수도개발, 경주보문단지개발 등 대부분의 사업에 민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 비용은 별로 투자하지 않고 있는 실정.

<단서 못 잡고 공전10일>
○…서울 잠원동 한신아파트 박성숙양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그 동안 박양 주변인물 1백50여명을 수사, 도주로 중심 탐문수사, 유류품에 의한 수사 등 다방면으로 수사를 벌였으나 사건발생 10일이 넘도록 이렇다할 단서가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
경찰은 시민신고와 양복점을 상대로 한 수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서울시내 양복점 업자들을 모두 불러 범인이 벗어 던진 바지를 내보이며 그 특징을 설명, 바지를 제조한 업자를 찾는 이색 「바지 쇼」수사방법까지 동원.
노량진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4일 관내 업자들 앞에서 「무릎안단은 베이지 색」「주머니경사 45도」「안단은 손으로 봉합」「PP고리」 「노스테이지」 (혁대고리 밖을 꿰매지 않은 것)등 전문용어까지 섞어가며 바지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난 다음『바지 세일즈맨이 된 느낌』이라고 투덜투덜.

<퇴폐행위 자인서부인>
○…퇴폐이발소에 대한 함정단속을 벌인 경찰은 막상 무더기로 많은 위반업소를 적발해 놓고도 그 뒤처리문제로 애태우는 모습들.
경찰의 어려움은 이발업주나 면도사들이 조사과정에서 『단속요원들이 억지로 음란행위를 유도했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썼던 퇴폐행위 자인서조차 부인하는 등 억지를 부렸기 때문.
경찰은 또 적발해낸 업소에 대해 즉심회부·불구속입건·구속영장신청 등 경찰서마다 엇갈린 처리를 해 혼선을 빚다 이틀 뒤에야 모두 즉심에 넘기도록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경찰간부는 마땅한 처벌법규도 없는데 강력히 조치하라고만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불평.

<민자유치 차질을 우려>
○…서울시는 금융실명제 연기에 따른 부작용이 도심재개발사업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 내년에 추진할 11건의 재개발사업계획을 다시 점검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
시 도시계획당국은 내년에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시중 유동자금이 굵직한 도심재개발사업에 흘러들 것으로 내다보고 4대문 안 을지로·서린·다동 등에 민자 1천3백74억원을 유치, 11개의 고층건물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실명제가 연기될 경우 유동자금 유입이 어려워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걱정.
시 관계자는 실명제의「실명」불똥이 서울시사업에까지 떨어지면 정부차원에서 자금지원이 있어야 올림픽 전까지 도시정비를 끝낼 수 있다며 정부요로에 지원요청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학교부지처리로 고심>
○…서울시교위는 재판에 계류 중이던 공항국민학교 신축부지문제와 관련, 지난3일 서울민사지법으로부터 『서울시는 소유권이 이전된 등기를 말소하고 땅주인 이모 씨에게 토지를 인도하라』는 패소판결을 받자 크게 당황, 이의 처리문제로 고민 중.
시교위는 지난80년9월 서울공항동 4의156일대 7천2백여 평을 학교부지로 고시, 학교신축에 들어갔으나 이중 일부인 1천38평에 대해 땅주인 이씨와 땅값에 대한 해결을 못 보자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용권을 발동해 이씨의 땅을 강제로 수용했다가 이씨가 소송을 제기, 이번에 패소한 것.
시교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는 방법 ▲이씨와 원만히 합의를 이루거나 ▲공탁금을 되돌려 받고 운동장 한쪽의 자투리땅인 이씨의 땅을 되돌려주는 방법 등 해결책을 마련중이지만 『날이 갈수록 학교 짓기가 어려워진다』고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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