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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홍콩』노려 치열한 각○|중공의 「홍콩주권회복」앞두고 타이페이·싱가포르·방콕 3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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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공의 홍콩주권회복 (l997년)에 관한 공식선언(9월22일「대처」조자양회담) 으로 「동양의 진주」에 대한 앞날이 불투명하게 되자 타이페이·싱가포르·방콕 등 그 동안 홍콩의 그늘에 가리어져 있던 인근 도시들이 새로운 교역중심역할을 떠맡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중앙일보는 지난달 2일 자유중국이 곧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더욱 유리한 조건의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보도, 대만정부가 장광세전경제부장(장관)을 책임자로 한 고위실무반을 편성하여 이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을 비롯한 해외거주 중국인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좀더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만측은 자유무역지대안에서의 간소화하고 융통성있는 금융제도, 조세조치 등을 마련할 예정으로 각종 소비품에 대한 세금도 홍콩의 최고세율인 17·5%선을 넘지 않는 단일과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측은 또 앞으로 마련될 자유무역지대에서는 재가공·제조·수출·환적·용역 등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홍콩이 이 지역에서 담당해오던 역할을 대신할 획기적인 경제향상 정책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싱가포르당국도 홍콩의 외국투자가들이 앞으로 10∼15년사이에 상당수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 이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작전의 하나로 최근 아시아 최초의 금융선물 (선물) 시장을 설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선물시장이란 주로 외환을 대상으로 장·단기 환율변동등을 예상하여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을 말한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유럽에서 처음으로 런던에 선물시장이 개설됨에 따라 아시아지역에로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분석, 뉴욕과 런던등지와 함께 싱가포르에서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편의제공을 할 계획이다. 이는 홍콩이 맡고 있는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있다. 그 결과는 곧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센터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당국은 이밖에도 홍콩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4일부터 미국의 해외발행주요일간지로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싱가포르판 발행을 하도록 허용했다. 인공위성을 통한 이 신문발행은 아시아지역에서는 두 번째로, 홍콩판은 2년 전부터 발행돼 왔었다. 세계의 주요기사·사건등을 요약하여 발행하는 이 신문은 1백64개국의 지도자급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싱가포르가 홍콩처럼 국제사회로 발돋움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홍콩인들이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조차기간만료 15년을 앞둔 지금부터 벌써 자금을 챙겨 해외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싱가포르등지를 제2의 홍콩으로 발돋움시키는데 가속작용을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처」수상의 중공방문 후 1개월 사이에 2천명의 홍콩인들이 싱가포르당국에 영주권신청을 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싱가포르에는 외국인의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일정액을 예탁하면 영주권을 내주는 제도가 있으며 당초 25만싱가포르달러(약9천만원)였던 예탁금은 지난해 1백만싱가포르달러(약3억6천만원)로 하한선이 높아졌다.
이 돈은 예탁 후 4년간 정부가 추천하는 사업에 투자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20년동안 연리3%의 이자를 거꾸로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결코 유리하지 못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홍콩인들의 영주권신청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10월말까지 신청자의 10%인 2백여명이 영주권을 얻었다.
방콕이나 말레이지아 각 도시에도 최근 홍콩자본들이 빠져나와 부동산이나 산업체등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프렘」태국수상도 최근 홍콩문제와 관련, 행정부가 직접 나서서 홍콩투자가들을 태국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산업성과 공업성등의 관계장관에게 지시한바 있어 제2의 홍콩유치작전은 현시점에서 3파전으로 집약되고 있다.
태국측 또한 앞서의 두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곧 홍콩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유치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며 최근 고위관리가 홍콩투자가들과 접촉을 가져 이들을 끌어들일 방안을 논의했으며 지난달 17일 산업성주최 회의에서는 싱가포르처럼 1인당 50만달러(약3억7천5백만원)를 예치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연간 1백46억달러의 수출고 (81년 실적) 에 토지임대료만 29억달러를 벌어들이는 1천50평방km, 인구6백만명의 홍콩을 중공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눈독을 들여왔다. 그러나 조차기간만료로 중공영토로 귀속된 뒤에도 과거와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데는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바야흐로 마카오를 포함한 두 국제도시의 상권이양을 둘러싸고 동남아의 국가, 도시들 사이에 열띤 경쟁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경쟁에 끼어든 세 도시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타이페이는▲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같은 언어, 같은 민족이 사는 동족감의 연고를 갖고 있으며▲안정된 산업기반과 사회질서를 갖추고있는 반면, 방콕·싱가포르 등도▲국제적인 항구시설과▲경제권을 화교가 장악하고 있어 홍콩에서처럼 동화가 용이하다는 점▲홍콩·마카오등지의 유흥·숙박·위락시설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3파전의 승패는 쉽게 판가름나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의 정치적 배경 등 미묘한 입장 때문에 조차기간만료 후의 홍콩에 대한 조치를 성급히 발표한 중공당국은 자유무역항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공식선언을 했으나 주식과 부동산값이 폭락하고 홍콩달러마저 지위가 흔들리는 등「귀속 후에는 더 이상 홍콩이 될 수 없다」 는 판단에 따른 자본이동현상이 급격히 늘어나자 뒤늦게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처」 수상방문직후인 지난달 초 홍콩달러는 1주일사이 미 달러 차에 대한 유동환율이 전후최저시세인 6·70까지 떨어졌으며 주가지수도 한때 최고1천7백∼1천4백까지 올라갔던 것이 9백∼8백선까지 내려갔다.
홍콩의 주요상가지역 부동산 시세도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지난 5월이후 10∼15%나 하락, 부동산거래소마다 매물이 쌓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중공당국은 지난달 31일▲조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홍콩을 잠정적으로 영국에 임대하여 모든 상황을 이전상태와 동일하게 유지하며▲20년간의 부동산장기융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홍콩의 상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이를 둘러싼 인근지역과의 줄다리기는 앞으로 더욱 팽팽하게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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