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살렸다|물에 빠진 옛 주인 6살 소년 옷깃 물고 끌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태어난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개가 익사직전의 어린이를 구해냈다.
1일 하오3시10분쯤 경남함안군칠원면류원리 상달전저수지에 이마을 전경돈씨 (39) 의 2남영배군 (6)이 빠져 허위적대는 것을 같은 마을 주정식씨(50)소유 10개월된 「바둑이」가 뛰어들어 영배군의 목뒤 옷깃을 물고나와 익사직전에 극적으로 구출했다.
영배군은 형 장배군(9), 친구 3명과 함께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미꾸라지를 잡던 중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깊이 1m의 물속으로 빠졌다.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허위적댔지만 비슷한 또래의 형과 친구4명 모두 헤엄을 칠줄 몰라 『영배야 이리 나와』라고 소리만 지르며 발만 구를 뿐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 저수지 둑에서 이 광경을 본 「바둑이」가 재빨리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둑이」는 영배군의 뒤쪽으로 헤엄쳐 가 목 뒤 옷깃을 물고는 천천히 영배군을 물가로 끌기 시작했다. 영배군은 목을 뒤로 젖힌 채 그대로 끌리기만 했다.
l분도 채 못되어 물가에까지 끌려 나왔다. 영배군은 물만 몇 모금 마셨을 뿐 말짱했다. 영배군과 친구들은 물에 젖어「낑낑」대는 「바둑이」를 껴안고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와했다.
「바둑이」는 영배군의 아버지가 지난 2월 이웃마을에서 사다가 기르던 것으로 이름도 영배군이 지어준 것. 형이 학교에 가면 영배군과 단둘이 하루종일 돌아다니곤 했으나 아버지 전씨는 지난4월 바둑이가 집안을 더럽힌다고 이웃 주씨에게 6만원을 받고 바둑이를 팔았던 것.
주씨집에 팔려간 뒤에도 매일 아침이면 영배군에게 달려와 함께 다녔고 이날도 둑에서 영배군을 기다리고 있다가 물에 빠진 어린 주인을 구해낸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현 주인 주씨는 『바둑이가 영배를 잊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영배군에게 바둑이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아버지 전씨는 『아들의 생명의 은인에게 너무 푸대접을 했다』며 바둑이를 쓰다듬었다.
마을주민들은 『바둑이가 전생에 산불속에서 주인을 구해낸 전북임실군둔남면오수리의 전설적 충견인 모양』이라고 입을 모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