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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음어표' 한때 인터넷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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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군사 3급 기밀로 분류된 '음어표'가 22일 한때 인터넷에 유포돼 육군본부가 해당 음어표를 전면 교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음어표를 찍은 사진이 실려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육군 연대급 모 부대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확인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군 음어표는 적에게 노출돼서는 안 되는 전갈을 비밀리에 주고받기 위해 통신 내용을 숫자로 암호화한 것이다.

군 수사당국은 인터넷 유포 사실을 파악한 뒤 해당 업체에 협조를 요청, 5시간 만인 오후 4시쯤 음어표를 완전 삭제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 널리 유포된 뒤였다. 특히 범정부 차원의 비상사태 대비 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에 돌입한 첫날에 이처럼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군 일각에서는 '군 기강이 너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군 수사 관계자는 "음어표를 게재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IP를 확보해 정밀 추적 중"이라며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음어표 하단 부분에 'OO보병연대 O대대 중위 OOO'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당사자를 상대로 유출 여부를 추궁하고 있으나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 수사당국은 해당 부대 하급자 또는 전역자가 상급자에게 불만을 품고 이름을 도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유포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인터넷에 유포된 음어표에는 '암호화 송신 후 평문 재송 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비인가자 열람 금지▶복제.복사 및 변조 엄금▶무단 반출 또는 대여 엄금▶사용 만료 후 필히 반납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또 붉은 글씨로 '군사 3급기밀 음어표'라고 써놓은 뒤 밑 부분에 "군에서 작성한 최신 문건이니 많이 공유해 달라"고 적어놓았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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