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에게서 선물·향응 받은 MBC 전 보도간부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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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MBC 일부 관계자들이 사기 혐의로 구속된 홍모(64)씨로부터 돈과 술 접대 등을 받고 네팔 인력 송출업체의 비리를 보도했는지 밝히기 위해 당시 보도국 간부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간부는 조사에서 "동료 직원 5~6명과 홍씨를 두 차례 정도 만나 술 먹고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네팔 인력 송출업체의 비리를 보도하게 된 것은 홍씨의 제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술자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또 "홍씨 제보를 받고 담당 기자에게 제보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간부 등이 홍씨에게서 받은 향응과 선물은 500만원 상당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2003년 말 MBC 취재진의 네팔 출장에 동행한 홍씨의 측근 서모(34)씨로부터 "홍씨 부탁을 받고 취재팀의 왕복 항공료를 제외한 모든 경비를 지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MBC 측은 "당시 네팔 취재에 든 비용은 모두 회사 측에서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경찰은 경비 지원 등을 담당하는 MBC 직원들을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MBC 관계자 두 명에 대해 정식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며, 이들이 계속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홍씨 다이어리에 기록된 금융권 관계자 4명을 불러 홍씨 부탁을 받고 부정 대출을 해줬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들은 홍씨로부터 18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고 20억원대의 대출을 해준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나 부정 대출 부분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어 당시 대출 기준과 경위 등을 조사키로 했다. 경찰은 또 홍씨의 비밀 다이어리에 경찰 관계자 5~6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추가로 확인하고 이들이 홍씨에게서 로비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손해용.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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