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측이 이재수 밀어내" … 인사 파워게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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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군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원 등 출처도 전 방위다. 정윤회씨와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 암투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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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이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이 전 사령관은 박 회장과 중앙고·육사 동기다. 당시 군 내부에서 “경질이 아닌 배려”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대장 진급을 앞두고 야전 경험이 부족한 이 전 사령관의 경력 관리 차원에서 3군부사령관으로 보냈다는, 이른바 ‘셀프 경질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군 내부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정씨 측에 의해 밀려난 것”이란 말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군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사령관이 기무사령관에서 갑작스레 경질된 과정이 명쾌하지 않다 보니 정씨와 연관 짓는 것이지 정씨에게 밉보여 나갔다는 팩트는 아무것도 없다”고 부인했다.

 취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이 전 사령관에게 자리를 내주고 전역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기(박지만)와 가까운 측근 군인들을 검증하다가 (괘씸죄를) 뒤집어 쓰고 솎아진 것”이라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장 전 사령관이 낸 보고서에 육사 37기의 문제점을 다룬 내용도 있었는데, 그게 부메랑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지난해 승마협회 감사를 주도했던 노모 체육국장과 진모 체육정책과장이 동시에 경질된 것을 놓고 잡음이 나왔다. “승마 선수인 정윤회씨의 딸을 둘러싸고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서 승마협회 쪽에서 특혜 시비를 일으키자 청와대가 노 국장·진 과장에게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정씨 쪽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올라가자 정씨 측이 노 국장·진 과장을 경질했다”는 게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진룡 전 장관도 승마협회 관련 사건에서 정씨 측을 두둔하지 않아 경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지금 내가 뭐라고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하지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항간에서 말하는 청와대 개입설은 루머”라고 일축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논란의 당사자인 노 국장과 진 과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키기로 했다.

 국정원의 경우 올해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 10월 이 실장은 “정년(60세)이 됐다”며 사표를 냈는데, 이 실장이 1953년생으로 지난해 4월 임명될 당시 이미 정년을 넘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현재는 유임된 상태다. 이 실장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 밑에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함께 요직을 지냈다.

 국내 정보 분야의 베테랑으로 평가받는 K국장의 거취 문제도 논란이다.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조 전 비서관과 가까운 K씨가 지난 8월 자신의 분야와 무관한 자리로 옮겼다가 현재는 대기발령 상태”라며 “대통령급의 지시라야 가능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모두 정씨의 입김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하지만 이병기 국정원장은 지난 3일 국회 법사위에서 “(정씨의 영향력 행사는) 사실과 다르다. 검찰이 조사한다고 하니 결과를 보고 나중에 다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들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권호·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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