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건국, 외면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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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83학년도부터 국사교과서 내용 중에서 두 가지를 고치기로 하고 있다.
가지 수는 단 두개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의 의미를 따져보면 엄청난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단군개국」의 사실화와「사육신의 원상회복」이란 두 가지 문제다. 그간 우리 역사논의에서 가장 중심적 계쟁점이 되었었다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그 문제가 안고있는 기본정신이 우리 사회에 앞으로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리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문교부가「단군조선」을 한민족 최초의 국가로 인정하고 민족정통성의 기원으로 삼으며 동시에 역사상 절개와 의리의 상징으로 표상되며 교육적 의미가 큰「사육신」을 권력의 영향에서 제거하여 회생시키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대해서 다행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 시점에서 그간 우리 2세 교육의 지침이 되는 국사교과서가 민족의 긍지를 일깨우는 정신이 담기지 않았던 것이 여러 차례 문제화되었음을 상기한다.
역사는 물론 사실이 중요한 것이며 역사의 이념과 목적은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한갓된 사실의 나열만으로 역사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우기 아무도 실증할 수 없는 고대사의 영역에서 무조건 증거를 요구하는 안일한 태도는 오히려 정당하지 않을 수가 있다.
문헌으로 또 고고학적 발굴로 증명되는 역사라면 다행스럽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최소한 얻을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해 민족사의 이념과 목적을 확대하고 전개하는 노력이야말로 더 값진 것이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한국인이 언제 어디서 온 누구인가를 거듭 묻고 있다. 그것은 민족의 연원을 밝히기 위한 학문적 연구노력인 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고고학적 발굴이나 체질인류학적 연구 혹은 언어·민속학적 연구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둠으로써 감춰졌던 과거를 구성할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수십만년전부터 이 땅엔 구석기인들이 생활하고 있었고 신석기시대와 청동기, 철기문화로 이어져 왔음을 알게도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삼한, 삼국이전의 역사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영구히 밝힐 수 없는 수수께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실증하지 못한다고 해서 1천년전 기록 속에 신화적으로 기술된「단군건국」의 역사사실과 그 정신을 외면할 수는 없다.
민족의 정신적 뿌리와 삶의 연원이 거기에 있고 또 미래에도 연면히 공동운명체로 지속해야할 민족결합의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도 우리가 단군을 부정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실로 무정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지난해 국회에서 국사공청회가 열리고 또 연초엔 초·중·고교의 국사교과서가 개편되어 그 같은 민족이념과 목적의 교육내용이 되살아 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 새 교과서에서 민족의 기원과 발전과정에 대한 강조 속에 비록「단군」은 항목으로 재생되었으나 아직 「신화」로서 일 뿐이었다
그 점에서 이번 「단군」의 역사화는 1년만의 발전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논란이 되어온 사육신문제도 정부가 시??와 권력에 구애됨이 없이 보편적 역사기술용 교과서에 회복하게 되었다는 점은 그 자체가 역사교육의 교훈으로 우리 후손에 전해지리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국사 교과서 개정노력을 보면서 좀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역사는 진실해야하며 역사교육은 역사에서 배워야할 정신과 안목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개개의 역사사실이 정확히 자료로 나열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사실들이 진실하게 전달되어야 할 뿐더러 정권이나 권력의 일시적 필요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뜻이다.
일제의 식민사관이 우리의 역사안목을 흐리게 했다는 것도 범죄이지만 우리의 역사교육 속에서 오늘의 민족적 역경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없도록 제약하는 고식적이고 틀에 박힌 역사해석도 없어야겠다.
지난 여름 일본의 역사왜곡 비판 때도 드러났듯이 우리는 남의 역사왜곡에만 시야를 돌릴 것이 아니라 교과서 속에 있던 유관순의 이야기를 없애버리는 식으로 잘못을 거듭하는 우리자신의 역사무지와 이념 없는 역사교육의 문제들을 스스로 경책하며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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