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287) - 말을 잘 못하는 어린이(10) 함기선 <성모병원 성형외과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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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이가 말을 잘할만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말을 더듬거리거나 발음이 똑똑지 않아 애를 태우는 부모들이 많다.
원래 아이가 듣고 익혀서 자신이 말을 하려면 먼저 4가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로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모방할수 있을 정도의 지능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둘째는 남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수 있는 정상적인 청력을 가져야한다.
세번째는 정상적인 발음기관을 갖고있어야 하며, 네번째로는 자유스럽게 말을 주고 받을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 4가지중 어느 한가지가 결여되어도 말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목젓·입천장등 발성기관이 불완전해서 말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는 세번째에 해당하며, 연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어떤 소년이 동물속에서만 살아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했다는 신문기사는 네번째인 주위환경 문제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몇년전 어린 사내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있었다. 아이는 당시 4살로 다음해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말을 할때 발음이 정확지 않아 아이들의 놀림감이 될까봐 겁이 난다는 호소였다.
특히 한단어 한단어 또박 또박 말할 때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계속해서 말을 할때나 아이들끼리 놀다가 급하게 얘기를 하려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우선 몇가지 검사를 받기로 하고 지능과 청력검사를 했뎌니 별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발음기관의 검사를 하는중에 발음이 정확지 않은 이유가 밝혀졌다.
이 어린이는 목젖이 있는 연구개(여린 입천장)의 발육이 완전치 않아 ㅅ·ㅈ·ㅊ·ㅂ과 같은 압력음을 발음할때 장애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 아이는 2차적 후두인두판수술을 받은다음 1년간에 걸쳐 혀운동의 교정, 발성훈련을 받고 많이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청력검사나 지능검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발음기관의 검사는 까다롭다. 그 이유는 이런 기관들이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는 상태에서 검사및 판정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발음기관검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검사에 내시경검사라는 것이 있다. 내시경을 코를 통해 넣고 발음할때 목구멍이나 목젖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직접 살펴본다.
또 X선 투시방법으로 혀나 목구멍, 목젖의 운동상태를 관찰할수도 있다. 그밖에 우리말의 ㅅ ㅈ·ㅊ과 같은 마찰음이나 파찰음을 낼때의 상태를 보는 공기역학검사도 있다. 파찰음등을 발음할 때는 입속에 어느 정도의 압력이 형성되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공기가 입속에 모아져야 하므로 그 기능의 정상여부를 보게 된다.
어떻든 어린아이가 말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때는 그만한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생각지 않고 발음을 교정해보겠다고 자꾸 반복시키거나 윽박지르게 되면 아이에게는 심리적인 영향까지 겹쳐 더욱 어려워지는 수도 있다.
아이들 자신도 정확한 발음을 하려고 노력하는 결과가 그런 것이므로 부모들의 세심한 관찰후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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