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운영씨 뭘로 기소하지 … 일단 공갈미수의 공범으로 처벌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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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기부의 비밀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 팀장 공운영(58.구속)씨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검찰이 고심하고 있다. 공씨의 구속 당시 검찰은 법률상 오류를 범한 탓에 다른 법을 적용해 기소해야 하는 입장이다. 공씨는 23일로 구속 만기가 된다.

검찰은 당초 구속영장에서 불법 도청 테이프 유출행위가 벌어진 1999년을 기준으로 공씨에게 공소시효 7년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를 주된 혐의로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개정 통비법이 시행된 2002년 3월 이전에는 공소시효가 5년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 법으로는 공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공씨가 99년 "임모(58)씨의 국정원 재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도청자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기소)씨에게 도청자료를 준 행위에 대해 공갈미수의 공범으로 확정했다. 공씨 측은 "삼성을 협박하는 데 사용할 줄 모르고 단순히 자료를 준 행위로는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국정원직업법상 비밀누설 혐의(제17조1항)가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공소시효는 7년이다. 불법 도청이 국정원 직원의 '직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적용이 불가하다는 측은 "국정원법(제3조)이나 이를 구체화한 대통령령 어디에도 불법 도청을 직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공씨의 유출 자료를 '직무상 지득한 비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국정원법은 '국내안보정보'라는 포괄적 표현을 업무로 보고 있어 도청 역시 그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지 모를 다른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공씨에 대한 적용 법률을 선례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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