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국가 표준] 1. 표준심의회 5년째 '개점 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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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가표준은 말 그대로 정부 부처와 민간의 표준을 총괄하는 규격이다. 따라서 국가표준의 통합과 발 빠른 제정을 위해선 전 부처를 휘어잡을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과 예산.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표준(KS)은 산업자원부(기술표준원)가, 정보통신표준(KICS)은 정보통신부가 각각 관장하고 있다. 게다가 KS나 KICS는 강제성이 없는 임의 규격이다. 이러니 정부규격을 국가표준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다.

산자부 관계자는 "KS를 관리하는 기표원이 산자부 산하 1급 부처이다 보니 다른 부처에 협의를 요청해도 아예 상대를 안 해줘 산자부 공무원이 '얼굴마담'으로 나가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도 부처 간 이견이 생기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표준심의회에서 조정하도록 돼 있긴 하다. 그러나 표준정책에 대한 역대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의 관심 부족으로 국가표준심의회는 2000년 이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그나마 표준정책을 다루는 인력과 예산도 쪼그라들었다. 산자부의 표준정책 부서는 3개 과를 거느린 1개 국이었으나 지금은 1개 과의 한 팀으로 줄었다. 예산의 대부분도 인건비다. 현재 산자부의 표준관련 예산은 연구개발(R&D) 예산의 2.3%로, 선진국의 10%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열린우리당 의정연구센터는 지난해 국가표준 조직의 개선 방안으로 정부와 민간의 표준업무를 통합해 국무총리 산하의 '국가표준원'을 설립하고, 청와대에 대통령 주재 '국가표준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한 바 있다.

◆특별취재팀 = 정경민.김종윤.허귀식.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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