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세계대회 첫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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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최철한(사진) 9단이 세계 바둑의 '마왕'으로 떠오른 이세돌 9단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세계무대 첫 정상을 밟았다. 최철한은 20일 대만 타이중 랜디스 호텔에서 벌어진 2회 중환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이세돌과 시종 격렬한 난타전을 펼친 끝에 21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국내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을 연파하며 화려한 성공을 거두면서도 응씨배 준우승에 이어 후지쓰배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렀던 최철한이 드디어 '국내용'이란 딱지를 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철한(20)과 이세돌(22)은 권갑룡도장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자란 동문이자 이창호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한국 바둑 신흥 강자의 양대 산맥이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는 이세돌 9단이 단연 앞섰다. 이세돌은 지난 연말부터 삼성화재배.도요타 덴소배.후지쓰배를 잇따라 석권하며 세계 대회 14연승을 기록해 왔고 국내에선 무관이면서 세계 대회는 여섯 번이나 제패하는 등 세계 바둑의 공포의 마왕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최철한은 한때 국내 최다관왕에 오르는 등 국내 타이틀에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국제 무대에선 잇따라 좌절을 겪어 지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철한은 이번에 이세돌의 15연승을 저지하며 올해 이세돌에게 3전3패를 기록했던 아픔도 깨끗이 설욕했다. 중환배는 비록 중국이 참가하지 않은 중급대회(우승상금 7000만원)지만 이 승리를 발판으로 최철한의 세계 무대 정복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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