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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옴부즈맨] 9. 모방 창업이 위험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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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프랜차이즈 업계에 선두업체를 비슷하게 흉내 낸 '짝퉁' 브랜드가 유행하고 있다. 원조가 힘겹게 개척한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짝퉁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군소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원조 브랜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한창 가맹점을 늘려가는 시기를 타고, 단기간에 급속하게 나타난다. 몇 년 전 막 인기를 얻어가던 한 맥주 프랜차이즈는 상호와 인테리어 컨셉트 등이 유사한 브랜드가 30여 개나 난립해 가맹점들이 피해를 본 것은 물론, 상표권을 둘러싼 법정 분쟁까지 벌이기도 했다. 짝퉁 브랜드는 또 그 업종의 수명을 단축하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인 찜닭의 경우 원조 브랜드가 히트를 치자 비슷한 상호의 점포들이 순식간에 수십 개나 난립했고, 이들은 맛과 서비스에서 원조의 수준을 유지하지 못해 얼마 못 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는 결국 '찜닭'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새롭게 형성되던 국내 찜닭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짝퉁 브랜드는 보통 원조의 상호에서 한두 글자를 바꾸거나 뒤섞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상호에 쓰인 서체도 똑같이 따라하는 예가 많다. 상호 뿐만 아니라 메뉴, 간판, 매장 인테리어, 홍보 전단지까지 비슷하게 도용하는 업체들이 증가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 고객이 원조 브랜드로 착각하고 들어갔다가 맛이나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쳐 원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짝퉁 브랜드가 내세우는 저렴한 가맹비와 창업비용 등은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은근히 원조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가맹을 권유하는 본사도 있다. 하지만 '짝퉁은 짝퉁'일 뿐, 장기적으론 원조의 경쟁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난립하는 짝퉁 브랜드가 보여주는 '모방의 악습'은 국내 프랜차이즈 문화가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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