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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이 공연은 왜?’] 연극 ‘나는 너다’, 학생이면 무조건 50% 깎아주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연극 ‘나는 너다’ 포스터

‘삼둥이’ 아빠 송일국 주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연극 ‘나는 너다’는 학생 관객에게 무조건 티켓값을 50% 깎아준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누구라도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만원짜리 ‘대한민국석’, 7만원짜리 ‘독립석’, 5만원짜리 ‘만세석’ 등 모든 좌석에 적용되는 할인 혜택이다. (좌석 이름이 ‘삼둥이’ 이름을 닮아 또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중, 주말, 낮, 밤 공연 가리지 않고 대학생까지 50% 깎아주는 혜택은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연극 시장에서도 파격적인 혜택이다. 그 배경엔 “학생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는 제작자의 강한 뜻이 있다. 제작사인 돌꽃컴퍼니 대표는 ‘나는 너다’의 연출자이기도 한 배우 출신 윤석화다. 그는 2009년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기를 맞아 ‘안중근’공연을 준비했고, 2010년 7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나는 너다’를 초연했다.

‘나는 너다’는 안중근ㆍ준생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작품이다. 안중근의 막내아들인 준생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에게 사죄하고 돈까지 받은 친일파ㆍ변절자ㆍ배신자다. 사형 선고를 받은 아들 안중근에게 “네가 만일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고 했던 조마리아의 기개까지 떠올리면, ‘어떻게 그 집안에서 저런 인물이 태어났을까’ 싶은 한심한 존재다. 하지만 연극 ‘나는 너다’는 준생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일제의 탄압과 가난 속에서 병든 어머니를 봉양하면서, 단지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그의 삶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봤다. 비극적인 역사의 상처는 그만큼 깊고, 민족을 위해 가족까지 희생시킨 영웅의 업적은 그만큼 위대하다. 막을 내릴 즈음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송일국은 안중근과 준생, 1인 2역을 맡았다. 교체 배우도 없다. 조마리아역은 박정자와 예수정이, 안중근 부인 김아려 역은 배해선과 안솔지가 연기한다.

◇연극 ‘나는 너다’=12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BBCH. 5만∼10만원. 02-3672-3001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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