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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9명 모두 한국가보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제의 압정을 피해 만주로 건너간지 37년만에 중공여권을 갖고 일시 귀국했던 안수룡(61) 이왕림(49)씨부부(중앙일보7월21일자 보도)가 1백일간의 꿈속같은 고국방문을 마치고 만주로 돌아간뒤 18일 고국동포에게 전하는 안부편지를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만주 흑룡강성 오상현의 소인이 찍힌 이 편지에서 안씨부부는 고국의 발전에 진정으로 눈물을 홀렸고 혈육상봉에 더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말하고 『그러나 중국에 다시오니 또 눈물이 나옵니다. 이제는 뼈를 중국땅에 묻어야 되겠구나하는 생각에 가도 눈물이요 와도 눈물이니 이 허전한 심정 달랠길 없읍니다』고 망향의 애절함을 전했다.
안씨는 또 부부의 마지막 소원이 전가족을 한국에 데려가는 것이고 자신의 뼈를 고국땅에 묻는 것이라며 전가족이 고국에 나갈길은 없겠느냐고 물었다.
안씨부부가 일시 귀국한것은 지난 5월22일. 전북순창에 사는 형 수장씨(65)의 초청으로 흑룡강성 공안청에서 발행한 호조(여권)를 갖고 홍콩을 거쳐 입국, 감격의 고향나들이를 했었다.
안씨는 고향인 순창에서 45년 만주로 건너가 농사를 짓다 해방후에도 돌아오지못하고 눌러앉게되었다.
안씨가 편지에서 말하는 전가족이란 함께 왔던 부인이씨 외에 아들4형제와 손자3명.
이들부부는 해방후 끊긴 고향소식을 애타게 그려오다 74년 안씨가 고향의 형에게 보낸 편지를 형이 받고 답신을 보내면서 연락이 되어 여러 차례 편지왕래 끝에 대한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초청방문이 이루어졌었다.
안씨부부는 지난달 1일 『북한을 포함한 모든 공산권거주 동포의 모국자유왕래를 보장한다』는 전두환대롱령의 「8·15선언」이후 제1호로 KAL편 김포공항을 출발, 중공으로 향했다.
안씨는 『떨어지지않는발길을 억지로 비행기에 올랐다』며 『한줌의 흙, 한포기의 풀이라도 고국땅의 것을 더 보려고 구름에 가릴때까지 창밖을 내다보았다』고 썼다.
홍콩을 거쳐 중공국경을 넘어 광주에서 하르빈까지 비행기로 간뒤, 하르빈에서는 열차편으로 거주지인 오상현 소산자인민공사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안씨는 알려왔다.
국·한문을 섞어 쓴 이편지는 한문용어가 중국식으로 낯설고 한글은 약간의 오기(오기)만 있을뿐 정확한 철차법을 구사하고 있다.
안씨부부는 떠날때 『돌아가면 아들 4형제의 모국방문절차를 서둘러 내년 추석엔 가족들이 모국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었다.
안씨는 고국방문기간동안 찾아와 만났던 이산가족들로부터 부탁받은 20여명의 소식을 중공교민들에게 알리는게 즐거운 낙이 되었다고 밝히고 관계기관과 동포의 후윈으로 자식과 손자들이 고국모습을 볼수있는 기회가 꼭 오기를 두손모아 빈다고 끝을 맺었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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