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제지, 경영권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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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신호제지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신호제지의 대주주인 국일제지는 구조조정 전문기업(CRC)인 아람파이낸셜서비스(아람FSI)와 힘을 합쳐 신호제지 현 경영진을 다음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교체하겠다고 나섰다.

국일제지는 최근 금융회사가 갖고 있던 신호제지 지분 19.81%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아람FSI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채권단이 갖고 있던 신호제지 지분 53.9%를 68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1대주주는 신호제지 지분 25.7%를 갖고 있는 아람FSI가 됐다.

지분 구조상으로만 이 연합군에 의해 신호제지의 경영권이 바뀌게 돼있다. 이럴 경우 국일제지는 자신보다 자산이 16배가 많은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행사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호제지 엄정욱 부회장, 김종곤 대표 등 현 경영진은 우호지분 규합에 나서는 등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 경영진은 아람 측의 경영참여 기도를 불법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일단 아람FSI가 보유한 지분중 구조조정1호조합 지분(13.7%)의 의결권 위임을 요구하는 공문을 조합원에게 보내 아람FSI가 갖고 있던 위임 의결권을 박탈할 방침이다.

신호제지 관계자는 "구조조정조합은 현 경영진을 신임하는 신호제지 대리점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에 신호 측 의 우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일제지 조용식 이사는 "국일제지의 경영참여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일제지는 아람 측과 신호제지를 공동경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대 주주인 아람FSI와 2대주주인 국일제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인 M&A냐고 덧붙였다. 아람FSI 측도 이같은 국일제지측의 시각에 동의했다. 아람과 국일제지는 9월 정기주총에서 상반기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현 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이다. 양측 분쟁은 신호제지 창업주인 이순국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회장은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신호제지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회사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2대 주주인 아람과 국일제지는 이 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현 경영진을 배제시키고 직접 경영을 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람 측의 지분은 구조조정 조합 등 특수관계사 지분을 포함,54.2%로 신호제지 경영진의 지분(1.97%)에 비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 신호제지와 국일제지=연간 60만t의 인쇄용지 생산능력 갖춰 한솔제지에 이어 국내 제지업계 2위 업체다. 2003년 회계연도(2003년 7월~2004년 6월)에 5762억원의 매출과 110억원의 순익을 냈다. 국일제지는 특수용지를 만드는 회사로 자산 400억 규모의 코스닥 등록업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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