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이 장소 제공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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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학생회가 학내에서 '8.15 민족 대축전'관련 행사를 강행하려 한 진보단체들을 비판하고, 경희대 총학생회가 이들 단체에 학교를 개방키로 결정한 데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통일연대 등 진보단체들은 14~15일 연세대에서 밤샘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연세대 총학생회와 학교 당국의 반대에 부닥쳐 경희대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치렀다. 특히 경희대에서는 행사가 끝난 뒤 30여t의 쓰레기가 수거됐으며, 총학생회에는 면학 분위기 침해 등을 지적하는 학생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인의 동의 없이 학내에서 8.15 민족 대축전을 강행하려 한 통일연대 등 행사 주최 측은 즉각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학내 행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반(反)통일집단 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며 "적 아니면 아군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탈정치는 정치적 무관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사를 기반으로 학생회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더 이상 학생회를 보수와 진보 사이에 두고 줄세우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탈정치'를 표방한 이상 학내에서 정치성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 총학생회의 입장이다.

'비운동권'인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말 '탈정치 작은 총학'을 구호로 '도서관 앞 집회 등 행사 전면 철폐와 정치 투쟁 거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경희대 총학생회도 이날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대표기구로 학우를 위해 존재한다"며 합의없이 진보단체들에 학교를 개방한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입이 열 개여도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사전에 아무런 합의 없이 행사를 하게 된 것은 분명 큰 잘못"이라고 했다. 총학생회는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많은 사건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리며, 향후 어떠한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경희대총학생회는 한총련 소속이다.

손해용.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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