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러 첫 합동군사훈련 18일 '작전 개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국과 러시아가 18일 사상 첫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한다. '평화의 사명 2005'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중국 산둥(山東)반도와 서해 일대에서 25일까지 실시된다. 중.러는 테러를 겨냥한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엄청난 규모, 동원되는 첨단무기, 실전 위주의 훈련이란 점에서 방어 차원을 넘어 중.러 군사연합의 전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상륙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훈련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번 훈련을 위해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서해에 진출했다. 1904~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한 지 100년 만의 일이다. 미국과 일본.대만 등 주변국도 첩보 활동을 강화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동북아에 새로운 전선이 구축되는 양상이다.

<그래픽 크게 보기>

◆ 훈련 내용=훈련은 3단계로 나눠 실시된다. 1단계는 18~19일 이틀 동안 산둥 반도의 자오난(膠南) 작전사령부에서 중.러 지휘관이 모의 작전훈련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0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한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이미 16일 산둥반도에 도착했다. 2단계는 20일부터 22일까지. 칭다오(靑島)와 자오둥(膠東)반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낙하훈련과 상륙훈련이 실시된다. 3단계는 23~25일로 서해가 무대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러시아 전투기와 전폭기를 투입, 가상 적기 격추와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한다.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직접 훈련을 참관한 뒤 제2차 중.러 훈련 협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훈련은 막을 내린다.

◆ 의미와 파장="러시아의 첨단무기와 중국의 병력이 연합했다"는 홍콩 시사지 아주주간의 보도는 이번 훈련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두 가지를 노리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포위망 뚫기다. 미국이 일본과 손 잡고 동중국해를 봉쇄했을 때 후방인 서해를 통해 포위망을 빠져나오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통일을 위한 대만 상륙작전 훈련이다. 중국이 선정한 훈련 장소인 칭다오와 자오난.웨이팡 등 세 곳은 모두 공해에서 멀지 않아 상륙 훈련의 최적지로 꼽힌다. 훈련에 동원된 인민해방군 8000여 명도 대부분 상륙 전문 부대다. 홍콩 봉황TV의 평론가 허량량(何亮亮)은 "이번에 중국군에 중요한 것은 상륙훈련이다. 추후 그 대상은 대만이 될 수도 있고 한반도 혹은 일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훈련에 나선 러시아의 포석도 다양하다. 첫째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미-일-대만으로 이어지는 삼각 동맹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과의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는 견해다. 둘째는 역사의 치욕 씻기다.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발틱함대가 1905년 서해와 쓰시마 해협에서 일본군에 괴멸된 수모를 털어낸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총동원한 것도 과거의 치욕을 씻고 동북아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심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셋째는 무기 판매다. 중국은 지난해 25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러시아 전체 무기 수출액의 49%에 해당한다.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알렉산드르 골츠는 "러시아는 유럽의 대(對) 중국 무기 금수조치 해제에 대비, 중국과 새로운 무기 수출 계약을 서둘러 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모스크바= 최형규.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