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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소련스파이 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유엔을 비롯한 숱한 국제기구가 소련의 주요첩보무대가 된것은 「스탈린」 사후인 50년대 중반부터다.
그동안 소련은 공산당식 세포조직침투전략을 꾸준히 구사해 이제는 대부분의 국제기구의 중요부서를 손아귀에 넣고 정보활동은 물론 정책실현및 선전활동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유엔과 기타 국제기구에의 소련「세포」침투와 그들의 암약을 최근 특집으로 다룬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프웽도 유엔등 국제기구들이 이들 때문에 날로 부패돼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뉴욕의 유엔본부와 제네바·파리등에 산재한 유엔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소련인은 약 5백명. 유엔안에서 소련인으로선 가장 고위직인 「비아체슬라프·우스티노프」사무차장, 본부인사관리책임자 「빅토르·엘리세예프」,회희의담당책임자 「유리·포노마레프」 유엔교욱과학문화기구(UNESCO)의 교육분야책임자를 비롯, 국제연합산하 30개 중요부서책임자가 모두 소련인이다.
특히 이들은 회의진행 및 조직·통역·서류번역·복사·보안부문을 모두 담당, 관리감독과 선전부문을 한손에 쥐고있는 셈이다.
인사책임을 맡고있는 소련관리는 유엔안 각국 외교관의 신상명세를 즉각즉각 KGB본부로 보내고 있음은 물론이려니와, 승진을 미끼로 하위직 직원을 포섭해 첩자로 부리고있다.
유네스코의 교육담당책임자는 제3세계 교육프로그램 작성때 소련식공산주의사상을 주입하는 과목을 끼워넣고, 과학담당직원은 회원국들에 관한 각종 지형및 지질조사결과를 모스크바로 보낸다.
회의담당·통역·번역담당관리는 어느 누구보다도 회의나 문서의 내용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수있는 만큼 KGB로선 여간 유리한게 아니다.
국제기구에서의 소련의 이런 활동은 본국정부의 지시나 외부의 압력을 물리치도록 규정한 유엔사무처 복무규정이나 협정을 분명히 위배하는 것이다.
소련의 이같은 불법행위는 그동안 여려차례 들통났었다.
1950년이후 유엔의 소련관리 25명이 이같은 불법행위로 미국에서 체포되거나 추방됐으며 작년 스위스정부의 한 보고서는 48년이후 스위스에서 적발된 간첩활동 1백88중 70%가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요원들에 의한 것이며 98명의 외교관과 국제기구직원이 포함돼있다고 폭로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77년 유네스코의 과학담당 소련인관리가 프랑스행정부및 국방부문에서 사용하는 정보시스팀에 눈독을 들였다가 검거됐고,미 연방수사국(FBI)의 「월리엄·웹스터」국장은 지난1월 미국내 동구권대사관 외교관및 유엔직원 3천명가운데 35%가 스파이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가장 심각한 것은 스위스정부.
소련은 스위스를 본거지로 서독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간첩을 진출시키고 있다. 70∼80년사이 스위스에 상주하는 소련외교관및 국제기구직원은 3백명에서 6백50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의 대부분이 KGB요원으로 밝혀져 스위스정부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소련의 국제기구 침투전략은 정보활동뿐 아니라 외화벌이에도 큰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또한 유엔복무규정을 정면으로 어기는 일이지만, 소련직원은 봉급의 4분의 1내지 3분의 2를 본국정부로 송금한다. 이런 「세금」은 82년에도 약1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추산된다.
외국근무요원들의 임기는 대충 4∼5년으로 제한되어 서방세계에 물들기 전에 본국으로 송환된다. 외국근무기간에 그들의 자녀는 볼모로 국내에 남아있게되고 주재지에서의 생활도 집단합숙생활이다. 주말에도 단독외출은 금지되고 단체나들이만 허용된다.
지난 78년 미국에 정치망명한 「아르카디·셰프첸코」 전유엔사무차장은 『외국 근무중인 소련인은 누구나 그날그날 자신이 만난 사람, 대화내용등에 관한 일일보고서를 주재공관에 제출토록 돼있다』고 폭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소환되기 때문에 거의가 KGB요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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