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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의 단계적 연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국회답변을 통해 공무원의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최근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점차 길어지는 추세에 따라 타당한 정책방향이다.
현행 정년제로는 원숙한 경험을 쌓은 공직자들이 한참 나이에 일손을 놓게 되는 폐단이 있어 공무원의 정년연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불가피하게 됐다.
공무원 정년의 단계적 연장은 오래 전부터 정부가 계획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별 진전도 없었고 오히려 공무원을 조기 퇴직시키는 풍조마저 있어 정부의 진의는 의심을 받아 왔다. 이번 구상도 시행에 이르려면 정부 스스로의 결단이 필요할 것 같다.
왜 공무원의 정년이 연장돼야 하는가에 대해선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우선 현행 61세와 55세 정년제는 평균수명이 연장된 개인의 인생주기와 크게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평균수명은 현재 남자 63세, 여자 69세지만 최근 수년간의 추세론「숙년」으로 일커어지는 70세에 이를 것 같다. 이들의 조기퇴직은 곧 노인문제를 발생시키며 이것은 가정과 사회의 추가부담을 지우는 사회문제로 번지게 된다. 이것을 미연에 막는 방안의 하나가 정년연장이다. 최근엔 아예 정년제를 폐지, 본인의 능력과 의사에 따라 일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또 60세와 55세라는 나이는 식견과 경험이 가장 축적된 연대다. 이들의 경험을 무용지물로 돌리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큰 보탬이 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모든 사회조직은 노장의 결합으로 원숙성과 전문성을 빛낼 수 있다. 젊음의 활력도 중요하나 노년의 경험도 중요하다. 더구나 최근 국민 영양상태의 호전은 과연 55세를 노년으로 보아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나이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내기업의 압도적 다수가 55세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년이 연장되면, 다시 말해 정부가 정년연장의 선도역할을 하면 이들 사기업도 대세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55세에 물러나야 할, 단순육체 노동 같은 직종도 있다. 이것은 직종의 변경으로 본인만 원하면 얼마든지 더 근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공무원의 정년연장이 비위가 있는 사람에까지 무차별 적용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는 국가공무원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퇴직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성실히 근무한 대다수 공무원에게는 우선적으로 정년연장의 길이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국가공무원법도6급 이하 기술직 공무원의 경우 55세 정년에서 3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60세로 올릴 경우, 본인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63세까지의 근무가 가능할 것이다.
일시에 5년을 연장함이 어려울 경우 2년, 또는 3년의 단계적 연장도 바람직하다. 오히려 선진제도로의 단계적 접근이라는 면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확실한 이유 없이 정년연장을 기피하는데 있다. 새로운 노동력의 흡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추가부담과 인력의 낭비라는 면에서도 고려해 봄직하다.
55세 정년제는 한창 생계를 책임질 나이에 직장을 떠나게 하는 비인간적 제도임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이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정부의 실질적인 정년연장조처가 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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