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노조」해체 후의 폴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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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폴란드에 계엄이 선포되고 군정이 실시되던 무렵(81년12월)자유노조는1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것은 군대보다도 규모가 큰 조직된 세력이었다.
그런 힘을 배경으로 자유노조(술리대리티)는 노조가 주도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잠정정권수립에 찬성인가』,『자유선거의 실시에 찬성인가』,『폴란드서 소련의 군사적 이점을 보장할 것인가』를 국민들에게 묻자는 결의안까지 채택할 수 있었다.
공산국가에서 공산당 주도가 아닌 국민투표란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결국「야루젤스키」는 계엄선포와 군정이라는「마지막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하여 문화혁명당시의 중공에서와 같이 군대가 기업의 관리를 담당하는 변칙사태를 빚은 것이다.
그때 서방세계에서는 군정과 자유노조간의 실력대결, 심지어는 내전상태까지 예상을 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해머의 힘」은 탱크의 힘을 당하지 못했고, 폴란드 밖에서는 서방국가들의 대소, 대 폴란드 경제제재에서 행동통일에 실패하여 자유노조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그때, 이미「사망선고」룰 받은 거나 다름없었다.
폴란드의회가 8일 자유노조를 포함한 모든 노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노조의 조직을 위한 법안을 압도적인 다수로 채택한 것은 하나의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노조법에 따라 조직되는 노조는 전국규모가 아니라 공장별, 직업별로 제한된다. 그런 노조가 사실상 공산당의 하부조직 노릇밖에 못하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한 일이다.
81년 자유노조사태 때 소련은 군사개입을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 소련은 국내 경제사정과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있었기 때문에 직접 개입 없이「폴란드의 붐」을 말살하고자 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야루젤스키」장군이었고, 소련과 폴란드군정은 그들의 목적달성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부터 주목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대응이다.
미국의「레이건」대통령은 즉각 경제보복을 선언하고 구체적으로는 우선 폴란드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지금 2백70억 달러의 외채를 안고있다. 서방세계의 은행들이 지불기한 연장을 거부하면 폴란드 경제는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
거기다가 미국이 최혜국 대우를 철회하면 폴란드농산물과 공산품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입어 외화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럴 경우 폴란드가 믿을 데라곤 소련뿐이다. 그러나 소련은 해마다 폴란드에 10억, 쿠바에 18억, 베트남에10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소련경제 사정으로는 그것도 힘겨워 올해는 대 쿠바 원조를 중단해버렸다.
다시 말하면 폴란드경제가 지금보다 악화할 경우 폴란드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정식으로 불법화한 자유노조회원들이 공개적인 데모나 폭동은 못해도 사보타지로 대항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련과「야루젤스키」가 거둔 자유노조말살의 승리는 외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미국과 서구의 경제적인 압력이 작용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에 미국이 대소, 대 폴란드 제재를 요구할 때 서구와 일본 등의 반응은 냉담했다.
대소 가스 송유관 수출문제로 미국과 서구가 대립하고 있는 것도 거기서 발단했다.
우리는 자유노조의 완전해체에 세계여론과 분노를 함께 한다.
동시에 우리는 이번에는 미국과 서구, 일본 등 폴란드에 채권이라는 이름의 압력 수단을 가진 나라들이 행동을 통일하여 소련과 폴란드에 경제제재를 가하여 폴란드 국민들, 자유노조원들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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