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 새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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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취업확대를 위해 지원하는 정부의 '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을 가짜서류를 제출해 타낸 운수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가 현장 실사없이 사업주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정년 여부를 심사하는 맹점을 악용한 범행이다.

부산지검 특수부(특수부장 박흥준)는 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을 부정 수급케 한 뒤 고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사기,보고금에 관한 법률위반)로 2개 기업 컨설팅 업체대표 등 4명과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2명 등 10명을 적발해 7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 업체와 공모해 가짜 취업규칙 등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적게는 700만원부터 많게는 2억7000만원까지 정년연장 지원금을 가로챈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의 택시·버스회사 등 운수업체 대표 3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빼돌린 지원금은 21억여원에 이르렀으나 검찰의 반환요구 등으로 18억여원이 환수됐다.

부산의 기업컨설팅 업체 대표 A(37)씨는 2013년 4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운수업체 대표들과 짜고 허위 취업규칙·단체협약 서류를 노동부에 제출케 해 지원금을 받게 해주고 12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노무법인 대표 2명도 같은 방법으로 수수료 3억3000만~1억67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범행은 2007년 5월 고용보험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2년 5월부터 주로 이뤄졌다. 이 법은 정년을 폐지하거나 정년을 연장해 일정기간 고령자를 근무하게 한 사업주에게 고령자 1인당 월 30만원씩 최장 2년간 보조금을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운수업체들은 정년이 60세인데도 55세인 취업규칙을 허위로 만들거나 정년이 오히려 단축됐는데도 연장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적발된 업체 34곳 가운데 29곳이 택시업체, 나머지 5곳은 광광·시외버스 업체였다. 하지만 직접 업무를 담당한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는 현장실사나 서류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검찰은 2개 컨설팅업체와 2개 노무법인 대표를 수사해 이들과 거래한 전국 150여 개 업체를 전수조사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적발된 컨설팅업체 2곳은 기업경영 등 다른 컨설팅은 하지 않고 이 업무만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전국 처음이어서 이런 범행이 전국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 특수부장은 "지원금 지급 심사업무는 관할 고용센터에서 하지만 현장 실사 없이 제출된 신청서류만으로 결정돼 앞으로 제도개선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용노동부에 소속 부서간 협업과 자료공유, 지원금 심사시 사업장별 고용보험 자격상실 자료조회와 심사절차 개선, 현장실사 강화 같은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부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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