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바꾸라 호통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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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저도 대리가 되고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거, 책임자 좀 바꾸지』라며 호통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읍니다.
책임자가 여자였으리라곤 미처 상상도 못했다는 후일담을 들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치러낸 많은 충격들을 회상해 보지요. 결혼 퇴직제를 바꾸어보겠다고 결혼을 하고서도 무조건 계속 근무를 한 동료도 있고 간부승진시험에 처음으로 여자가 응시하기도 했고, 응시는 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수험표를 교부받지 못한 예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이제는 결혼을 하고도 계속 근무할 수 있고 산전·산후휴가도 있지만 결혼한 직원의 경우 단순히 「집장만을 하기위해서」라든가 「생계유지」 등의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면 당연히 그만두어야 주위에 대한 피해를 줄일수 있을겁니다. 애써 쟁취한 댓가가 「언제나 그만 둘수 있다」는 식의 안일한 자세로 후배들이 근무자세에 임한다면 직업과 여성이라는 관계는 또다시 문제점 많은 옛날로 되돌아 갈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결혼을 하고서도 그만두지 말고 계속 근무하자고 약속까지 했다던 선배들의 과거담을 들으면서 지금은 숫적으로도 많이 늘어난 우리 여자행원들의 당면과제는 확고한 직업의식인듯 합니다. 업무의 전산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키펀치가 여성들만의 단순업무로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 어쩌면 남녀차별의 새로운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더군요. 능력인정 보다 업무량이 많아서 여자가 필요하다는 인사관리체제가 우리들의 노력여부로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창구업무는 마치 고객이 이웃 같아서 정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분은 자신이 세어보지 않은 남의 돈을 맡기면서 돈이 모자란다고 했더니, 「그돈 잘먹고 잘살아라」며 화를 내더군요. 그러나 은행은 친절한 서비스 외에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은 없는듯 합니다.
▲이=「은행문턱이 높은 이유」 중의 대부분이 대출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더군요. 특히 우리나라는 집에 사장한 돈을 은행에 예금시키는 저축심리를 유도하는데 저희들이 앞장을 서야 할 거예요.
취업안내로 어느 여고에 나가 강연을 한후 3백여명이 신규통장을 낸것은 두고두고 여자은행원으로서 긍지와 격려를 가져다준 추억입니다. 은행업무가 치밀하고 인내심을 필요로하는 만큼 여성직종으로서 금융계에의 진출은 지극히 낙관적인것 같습니다.
▲장=여자책임자는 그 희소가치때문에 「슈퍼노력에 의한 슈퍼우먼이 아니면 안된다」 는 식으로 관리직에서의 여성진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읍니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승진을 할 수있는 자리일뿐더러 상대적으로 경영진 에서도 「내사람을 만든다」는 식으로 여자행원들에게 성취동기를 북돋워주어 고른 업무배치를 경험시켜야 할 겁니다. 여자행원들도 단순 사무직에서 간부직·중역에 이르기까지 활동할수 있도록 우선은 승진시험부터 응시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읍니다. <정리=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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