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 남용해 인권 침해한 범죄 민·형사 시효 배제, 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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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60주년 경축 음악회가 15일 밤 서울 숭례문 광장에서 열렸다. 광장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적절하게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광화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식의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더 이상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반인권 범죄에 대해 시효를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입법이 추진될 경우 개별 법에 일일이 규정돼 있는 민.형사상의 공소시효와 충돌하거나 소급입법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그는 또 "국민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로 국가의 도덕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며 "국가는 스스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올 연말에 출범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타당성 있고 형평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며 "그러나 그로써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완하는 법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을 할 경우,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보다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토록 해 억울한 피해자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해 "피해 당하고 고통 받은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루려면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배상 또는 보상, 그리고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나라와 민족을 팔아 치부한 재산을 그 후손이 누리는 역사의 부조리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국가범죄 시효 배제 입법 제안'의 적용 범위에 대해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과거사정리기본법은 대상을 해방 이후부터 권위주의 시대까지 사건으로 명시하고 있어 이와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기부.국정원의 불법 도청 등) 기본적으로 과거에 저질러진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 부분은 '5.18 광주 특별법'처럼 법제화해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며,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헌법 수호 책임자인 대통령이 헌법.법률 체계를 소급입법으로 무너뜨리고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최훈 기자 <chuny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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