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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in Art] "처음 본 인형극 참 신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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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전남 신안군 신안보육원 아이들이 12일 서울 대학로 인켈아트홀에서 열린 어린이 인형극 ‘고양이가 말했어’ 공연이 끝난 뒤 등장 인형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인섭 기자

"와, 인형이 말을 해요!. 주인공 지영이가 나와 같은 4학년이래요."

초등학교 4학년 유선(가명)이는 인형극이 끝나고 나서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영이가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가 버리는 장면에서 슬퍼서 눈물이 났다는 유선이에게는 인형극 구경이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영주(가명)는 "서울에 와서 놀이동산에 갔을 때보다 인형극이 더 재미있었다. 고양이가 너무 예뻐 갖고 싶다"며 방긋 웃었다.

12일 서울 대학로 인켈아트홀에서는 섬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전남 신안군에 있는 신안보육원(원장 정성덕)의 어린이와 교사 등 113명을 초청해 '고양이가 말했어'란 인형극을 준비한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복권위원회.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후원하는 '위 스타트 인 아트(We Start in Art)' 문화나눔 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공연이었다. 문화나눔 사업은 문화 소외지역의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전국 196개의 아동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신안보육원 아이들은 그동안 국악.무용.미술 세 가지 수업을 받아왔다. 이날 서울 나들이는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고양이가 말했어'는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지영이의 성장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갈등과 고민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섬세하고 차분하게 그려낸 인형극이다.

공연 시작 전 30여 분 동안 공연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먼 거리 여행에 지쳤을 법한데도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장난치고 떠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지영이 인형'과 '고양이 인형'이 등장하자 200여 개의 눈동자가 무대로 쏠렸다. 가구 몇 개와 촛불 다섯 개, 그리고 인형 두 개가 전부인 소박한 무대지만 섬마을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인형극 도중 세월이 흐르면서 고양이가 성장해 갑자기 큰 인형으로 바뀌는 장면에서는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50여 분간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아이들은 때로는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때로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양이 인형 역을 맡은 이래은(32.극단 '달과 아이')씨는 "아이들이 이번 인형극을 통해 세상이 외롭지 않은 곳이란 것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신안보육원을 12년째 후원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회사 김용천 과장은 "아이들이 문화 체험을 통해 정서를 가꾸고 사회 적응을 잘하도록 이 같은 자리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온 국악교사 김진영(28)씨는 "아이들이 평소에도 음악.미술 등 예능에 열성적이었는데 이번 서울 나들이로 더욱더 문화나눔 수업에 재미를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안보육원 아이들은 인형극 관람을 마지막으로 6박7일간의 서울 나들이를 마치고 13일 섬으로 돌아갔다.

김봄내 인턴 기자 <onedestiny9599@yahoo.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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